​[아주초대석] 유기홍 "공영형 사립大 전환 통해 한계사학에 퇴로 열어줘야...서울대 이전·폐지 답 아냐"

2020-11-17 04:00
유기홍(3선·민주당) 국회 교육위원회장 특별 인터뷰
"한계사학, 심폐소생술로 살리는 것 지혜롭지 못해"
"고등교육 경쟁력, AI 등 창의적인 인재 양성 중요"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장은 지난 11일 국회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하고 "공영형 사립대 전환을 통해 한계사학에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대담=최신형 정치팀장, 정리=황재희 기자

더불어민주당 소속 유기홍(3선·서울 관악갑)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이 공영형 사립대학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저출산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대학 간 격차 역시 날로 심화되면서 한계 사학에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17‧19‧21대 국회에 입성해 우스갯소리로 자신을 홀수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한 유 위원장은 교육 전문가다. 17‧19대 당시에도 상임위를 교육위원회‧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배정받아 8년간 교육 관련 정책에 힘을 쏟았다.

17대 국회에서는 사학비리 근절을 위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친일파 재산환수법과 동북아역사재단법, 고전번역원법, 장애인차별금지법, 장애인특수교육법 등을 발의해 주목을 받았다. 교문위 소속이던 19대 국회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전면에서 반대하기도 했다.

21대 국회로 돌아온 유 위원장은 대학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피력했다. 누군가 선뜻 나서기를 꺼리고 있지만,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얘기다.

유 위원장은 “역대 정권에서 모두 대학의 구조조정에 대해 인정했으나,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를 최대한 늦추려고 하지만, 해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계사학, 심폐소생술로 살리기 안 돼”

-저출산·고령화 시대를 맞아 대학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는 상수로 자리 잡았다. 한국 대학은 문민정부의 5·21 대학설립준칙주의 이후 약 30년간 양적 성장에만 치중했다. 여기서 문제가 시작했다고 볼 수 있나.

“문민정부 당시 교육개혁을 위한 노력도 있었으나, 그 당시에 참 잘못한 것이 준칙주의(법률이 미리 정한 법인설립에 관한 일정한 요건만 갖추면 당연히 법인으로 인정하는 주의)다. 일정 요건을 갖추면 대학설립을 자유롭게 해줬고, 전문대학도 다 대학으로 호칭하면서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 지금 우리나라는 고등학교 졸업 후 84%의 학생이 대학에 진학하는데, 이것은 이상한 학력 간 차별을 낳는 사례가 됐다. 고등학교만 나오면 뭔가 부족한 사람처럼 됐으며, 결혼할 때도 사회적 차별이 있다. 그러다 보니 고졸이 더 잘할 수 있는 직종도 있는데 지금은 대졸자가 넘치면서 사회 구조까지 바뀌어버렸다. 그러나 최근 인구절벽 시대가 다가오면서 이제는 대학이 인원 미달사태에 봉착하게 됐다.”

-핵심은 ‘질서 있는 구조조정’이다. 대학 구조조정의 원칙을 제시해 달라.

“직접 나가서 대학 총장들을 만나보면 실제로 그만 (운영)하고 싶다는 이야기들을 한다. 그러나 심폐소생술로 대학을 살리는 것은 지혜로운 일이 아니다. 폐교를 통해 청산하는 과정까지 원활하게 되기 위한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도 자발적인 폐교에 나섰으나 아직 청산이 되지 않은 곳이 많다 보니 다른 대학들도 더 망설이게 된다. 때문에 한계에 다다른 사학들은 심폐소생술이 아닌 다른 절차를 만들어줘야 한다. 방법은 학교법인이 아닌 사회복지법인이나 사회교육기관으로 법인 형태를 바꾸는 것들이 있고, 지역의 가능성이 있는 거점대학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혁신 플랫폼 사업을 통해 살리는 일을 병행해야 한다. 우리나라 대학 교육의 큰 문제점은 공부한 전공과목과 직업의 미스매치(mismatch)다. 자신이 공부한 것과 실제로 나가서 잡은 일자리가 맞지 않는다. 그러나 지역에서 플랫폼을 만들면 그 지역에서 협력체계를 만들어 기업과 협력할 수 있다. 지역 내 맞춤형 일자리를 만들고, 또 기업이 원하는 학과를 만드는 이런 과정들이 도움이 될 것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면 비리‧부실대학까지 구제해준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

“정부가 재정을 들여 대학의 출구전략을 만들어주는 것이 맞느냐 하는 원론적인 질문이 나올 수 있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정부의 책임도 있기 때문에 해결 과정에서 정부가 책임지는 모습도 보여야 한다. 그러나 비리 등 문제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제재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연세대 등 사립대학이 개교 이래 처음으로 감사를 받았는데, 그 과정에서 가장 도덕적이어야 할 교수집단이 법인카드를 갖고 유흥주점을 간 것이 적발됐다. 선입견을 가져서는 안되지만 이보다 더한 대학들이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때문에 어느 정도 제재는 가하면서 퇴로를 만들어 주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장.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공영형 사립대학’이 현실적인 대안”

-대학 정상화에 방점을 둔 '정부 책임형 사립대학', '국·공립대학으로 인수·합병 추진' 등이 현실 가능한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의 교육공약을 내가 주도적으로 만들었는데, 그중 한 다섯 개 대학에 20억원씩을 지원하는 방안이 있다. 예를 들어 중‧고등학교의 경우 평준화 이후에 지금은 선생님까지 4대 보험을 다 해주고 있는데, 사실상 이것이 정부 지원형 학교다. 대학도 그런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 구(舊)재단 비리가 심각했던 대학들의 경우 대학혁신을 통해 새로운 모색에 나섰다. 그런 대학은 이번에 정부가 예산을 책정했다. 지금 일본은 대학이 무상교육 수순으로 가고 있는데, 우리도 장기적으로는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값 등록금을 넘어서 구조조정을 통해 선택과 집중을 한다고 하면, 한계에 다다른 사학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재정지원을 통해 준공영형 사학형태로 대학을 만들어내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사립대학과 '국·공립대학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참여정부 때 국립대 통합을 추진했으나, 쉽지 않았다. 강릉‧원주대, 전남‧여수대가 그랬다. 개인적으로는 거점 국립대에 사립대를 합치는 것이 또 다른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가능성이 있는 대학은 공영형으로 살리든가, 한계에 다다른 곳은 절차를 거쳐 학생들을 인근 대학으로 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그렇게 할 때 국공립대에서 그 학생들을 흡수할 수 있다. 다만 전문대를 함께 운영하는 곳은 통합하도록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구조 개혁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공론화시켜서 논의할 때라고 생각한다.”

-대학 진학률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이유는 사실상 노동의 문제와 맞물려서다. 대학졸업자와의 연봉차이 등으로 인한 노동 불균형 문제 등을 어떻게 개혁해야 할까.

“나는 특성화 고등학교 전성시대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내 지역구인 관악구에도 원래 여자 상업고등학교가 있었는데, 과감하게 관광고로 전환했다. 그러고 나니 학생들의 열의와 수준이 높아졌고, 취업 비율도 점점 늘고 있다. 때문에 우리 교육정책에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명박 정권을 비판하지만, 마이스터고등학교의 경우는 잘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정도의 자부심을 갖고 할 수 있는 시대가 와야 한다. 그러려면 학력 간 임금격차를 줄여야 하고, 그 선행으로는 교육에 많은 부분을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꾸만 학령인구가 줄어든다고 해서 예산을 줄이려고 하는데, 맞지 않는다. 우리나라 순인구가 내년부터 줄어들지만 예산은 역대 최대다. 국군 정예화를 한다고 해서 국방예산을 줄이겠다는 것과 같다는 소리다.”

◆“서울대학교 폐지‧이전 부정적”

-일각에서는 여전히 서울대를 폐지하거나 평준화‧지방이전 등을 주장하고 있다. 이 논란은 어떻게 보나.

“일부에서 서울대 폐지를 거론하며 대학의 평준화를 이야기하는데, 서울대 폐지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서울대도 법인화된 상태에서 같이 경쟁하고 있으며, 과거 과도하게 특혜받던 것을 조금씩 내려놓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 서울대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돈이 많은 아이들이 아니라 잠재력이 있는 아이들, 지역균형 선발과 기회균등 선발, 저소득층‧장애인 선발 등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현재는 이런 부분에 대해 정원 외 입학을 하고 있는데, 정원 내에서 뽑아야 한다. 가능성이 있지만 여건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뜻이다."

-조국 사태 당시 뜨거운 감자였던 '학생부 종합전형(학종) 개편'의 방향과 더불어 '초중고 5·5·2 학제 개편' 등에 관한 입장도 궁금하다. 

“지금 다시 본고사 시절로 돌아가자고 이야기 하는 사람도 많은데,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사회적 합의를 거쳐 본고사를 폐지했다는 것이다. 다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고, 이미 더 많은 사람들이 반대할 것이다. 다만 부분적으로 제도를 단순화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딜레마가 가장 큰 것은 학종이다. 잠재력이 있는 아이를 발견할 수 있는 취지로 가야 하는데, 지금은 어떤 집안의 아이, 스펙 위주로 보다 보니 오히려 불공정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일단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입시풍토가 바뀔 것이고, 그때 학종이 진정한 교육으로 거듭나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학제개편 문제는 약 10조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장기과제로 봐야 한다.”

-향후 정책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이 있다면.

“두 가지로 압축하면 고등교육 경쟁력 강화와 창의적인 인재 양성이다. 고등교육 경쟁력 강화는 국가경쟁력의 지표가 될 수 있고, 창의적인 인재 양성은 입시경쟁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다. 4지선다형 문제를 푸는 것과 프랑스의 바칼로레아(논술형 대입자격시험)를 푸는 것은 다르다. 바칼로레아를 쓰려면 초등학교 때부터 다른 교육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지식을 익히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나, 인공지능(AI)은 14분이면 우리가 평생 배울 것을 다 학습한다. 창의력 있는 인재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