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 잃은 文 정부 에너지 정책] ①로드맵 없는 ‘탄소 중립’…2050년까지 ‘산 넘어 산’

2020-11-10 08:00
한국 온실가스 배출량 7억t으로 세계 7위…10년마다 10%p씩 줄여야
탈원전·석탄 기조 속 태양광·풍력발전 대안…전기료 인상 논의 無

[그래픽=김효곤 기자]
 

“국제사회와 함께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해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습니다. 석탄발전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해 새로운 시장과 산업을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들겠습니다. 노후 건축물과 공공임대주택을 친환경 시설로 교체하고 도시 공간·생활 기반시설의 녹색전환에 2조4000억원을 투자합니다.”(지난달 28일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선언한 탄소 중립은 온실가스 배출량과 감축량을 상쇄해 순배출량이 ‘0(제로)’가 되는 상태를 뜻한다. 현실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최대한 억제하고 일부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다른 방법으로 흡수한다는 개념이다.

이른바 넷 제로(Net Zero)가 바로 그것이다. 문 대통령이 탄소 중립 달성 시한을 못 박은 것은 처음으로, 숲을 만들거나 재생에너지 개발, 탄소배출권 구매 등으로 탄소 중립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이미 70여개 국가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유사한 선언을 하고 최근에는 중국·일본까지 동참한 상황이다.

문제는 ‘선언’은 했지만, 구체적인 시한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갑자기 30년 뒤에 탄소배출이 저절로 없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한국 온실가스 배출량 7억970만t(2017년 기준)으로 세계 7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를 30년 동안 최대 75%까지 감축하려면 산술적으로 10년에 최소 10% 이상씩 감소시켜야 한다.

우리 정부는 탄소 중립을 위해 석탄 발전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정부 목표대로라면 2050년 석탄발전 비중은 5% 아래로 떨어진다. 사실상 석탄발전에 대해 ‘폐쇄’에 준하는 조치가 내려져야만 가능한 일이다.

2060년까지 탄소 중립 목표를 세운 중국은 태양광·풍력만으로는 석탄을 대체하기 어렵다고 보고, 재생에너지 확대와 더불어 원전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탄소 중립에 동참한 70여 개국 중에 구체적인 감축 계획서를 제출한 나라는 손에 꼽을 정도다. 현재 탄소중립을 법으로 정해둔 나라도 영국, 스웨덴, 프랑스, 덴마크, 뉴질랜드, 헝가리 등 6개국에 불과하다.

결국 원전과 석탄발전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태양광·풍력발전 등이 꼽힌다. 하지만 이들은 석탄, 원전보다 발전단가가 높아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여기에 재생에너지는 아직 단독으로 사용할 만큼 안정성이나 효율성 등을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날씨, 계절 등 외부 환경에 따라 발전량이 들쭉날쭉하기 때문에 보완해줄 발전원이 필요해서다.

결국 석탄과 원전의 공백을 LNG가 메울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LNG 의존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전기·수소차 보급을 11만6000대로 확대하고 충전소 건설과 급속 충전기 증설 등에 4조3000억원을 투자하겠다”면서 “스마트 산단을 저탄소·그린 산단으로 조성하고, 지역 재생에너지 사업에 금융지원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저탄소 산업을 미래성장동력으로 규정, “시스템 반도체, 미래차, 바이오 헬스 등 3대 신산업에 4조원을 투자해 미래 산업경쟁력을 높일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반인 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 분야에도 3조1000억원을 투자하고 제조업 등 기존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여나가는 데 5조5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산단의 스마트화와 노후 산단의 대개조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중소기업을 스마트화하는 사업에 박차를 가하겠다”면서 내년에 29조6000억원을 투자하는 등 핵심 원천기술 개발을 위한 첨단 분야 연구·개발 투자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원·달러 환율이 1120원 아래로 떨어져 약 22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한 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6.5원 내린 1,113.9원으로 마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