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한국경제, 길을 찾아라] 물가 오르면 돈 빨리 돈다…親기업 정책 필요
2020-11-16 06:00
저성장·저물가는 돈맥경화를 진단할 때 빠지지 않는 요인이다. 저성장 국면에서 투자처는 사라지기 일쑤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낮아지면 앞으로 더 하락할 것을 기대해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기 때문이다. 소비와 투자 위축은 기업의 매출 감소를 일으키고, 이는 고용률과 임금상승률 하락으로 이어진다. 일자리가 위태해지면 지갑은 더 닫을 수밖에 없다. 다시 돈맥경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지는 셈이다.
그렇다면 저성장·저물가는 돈맥경화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까. 한국경제연구원이 2001년 1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월별 자료를 기초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통화유통속도는 국내총생산(GDP)이 1% 증가할 때 1.3%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 포인트 오를 때 통화유통속도는 0.8% 빨라졌다. 반면 유동성(M2)이 1% 늘어나면 유통속도는 0.96% 하락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즉, △유동성은 줄이고 △GDP는 늘리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오르도록 하면 돈이 도는 속도를 상승시킬 수 있는 셈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M2(말잔)는 3092조원이다. M2는 매달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데, 올해 들어 역대 최대 증가율을 나타내고 있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을 보면, 2016년 말 7.1%에서 2017년 말 5.1%로 낮아졌지만, 2018년 말 6.7%, 2019년 말 7.9%로 높아지더니, 올해는 8~9%대 증가율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5월에는 10.6% 증가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GDP 성장률은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마이너스(-) 성장이 확실시된다. 내년에는 플러스(+) 전환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지만, 문제는 외환위기 전까지 보였던 고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제 구조가 됐다는 점이다. 소비자물가는 지난달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0.3%)이 21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만성적인 저물가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1%에 불과했다.
홍성일 한경연 경제정책팀 팀장은 "가계와 국가경제는 한국 모든 기업들이 경영부담을 얼마만큼 떠안는지와 연계될 수밖에 없다"며 "법인세 부담 완화, 투자 및 R&D(연구개발) 지원 확대, 유연한 노동시장 구축 등 기업 친화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