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 후폭풍] 자영업자 연체 늘까…'돈맥경화' 우려

2024-07-28 17:00
자금력 취약한 자영업자…대출자 중 다중채무 10명 중 6명
악화일로 '티메프' 사태…중기부, 기금운용계획 변경 검토하나

티메프(티몬·위메프)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티몬 신사옥 앞에 피해자들이 환불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온라인 쇼핑몰 티몬·위메프(티메프) 정산 지연 사태로 영세 자영업자들의 돈줄이 막힐 위기에 처했다. 이미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장기화로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어왔는데 '티메프 사태'가 번지면서 돈을 빌려준 금융권으로 위기가 전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28일 금융당국과 금융업계에 따르면 티메프에 입점한 업체는 총 6만여 곳, 미정산 대금은 17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티메프에 입점한 업체는 대부분 자금력이 약한 영세 자영업자다. 자영업자 연체율이 9~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은 가운데 판매자들이 대금을 제때 받지 못해 '돈맥경화'가 발생하면 제2금융권 등으로 연쇄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2금융권 자영업자 연체율은 4.18%로 직전 분기(3.16%)와 비교해 1.02%포인트 상승했다.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린 자영업자들의 연체율은 10%에 달했다.
 
자영업자 중 '빚으로 빚을 돌려막는' 다중채무자 비중이 높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1분기 기준 자영업자 대출자(178만3000명) 가운데 다중채무자는 57%를 차지했는데 이는 2019년 4분기(57.3%) 이후 4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비율이다. 자영업 다중채무자는 대출을 1인당 평균 4억2000만원 안고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영세 자영업자 연체율이 꾸준히 상승해 금융사에서 큰 부담을 안고 있다"며 "티메프 사태로 영세 업체 줄도산이 이어지면 그 위기는 2금융권으로 빠르게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티메프 사태가 확산되자 중소벤처기업부는 판매대금 정산 지연으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를 위한 긴급경영안정자금 지원 등을 검토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기금운용계획 변경을 통해 티메프 피해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방법을 고심 중이다.

다만 이 대책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정산 지연과 관련한 피해액이 추가로 늘어나면 안정자금 지원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울 수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티메프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로 인한 피해액이 얼마인지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경영안정자금 투입만으로 한계가 있을 상황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 정무위원회는 30일 '티메프 사태'와 관련해 긴급 현안질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금융위원회 관계자,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를 불러 현안을 파악하고 대책 마련 진행 상황을 점검한다.

현 사태 책임자인 구영배 큐텐 대표,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 등도 불러 사태 발생의 이유와 대책을 묻기로 했다. 긴급현안질의는 출석에 강제성이 없어 참석 여부는 불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