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연속 금리 동결] 외자 유출 우려 낮아져…기업 '돈맥경화' 완화 기대

2023-12-14 17:00
미 국채 10년물 금리 3%대 진입…10월 16년 만에 고점 달성 이후 급락
국내 국고채·회사채 금리도 '뚝'…'자금조달 난항' 기업 숨통 트일 듯

14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마친 뒤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 [사진=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3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한 데 이어 제롬 파월 의장이 비둘기파(긴축 완화)적 발언까지 내놓자 내년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한·미 금리 격차 확대 우려가 해소돼 외국인 자금 유출 압박이 낮아졌고 채권 금리도 하락하면서 기업들 자금 융통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14일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이날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3.96%에 마감했다. 지난 10월 5%에 근접하며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던 10년물 금리가 11월 말 4.33%로 떨어진 데 이어 장중 3%대에 진입한 것이다. 

미국 재무부가 장기국채 발행 속도를 조절하며 공급 부담이 줄어들고 있던 차에 연준이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통해 통화정책 완화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금리 인상 종료 기대감이 확산한 데 따른 것이다. 

시장은 발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금리 전망 사이트인 페드워치는 이날 선물시장에서 내년 3월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88.1%, 동결할 가능성을 11.9%로 예측했다. FOMC 회의 전 동일 조사에서는 금리 동결 전망이 57%로 우세했으나 하루 만에 분위기가 반전됐다. 

미국과 동조화가 강한 우리나라 시중금리도 움직였다.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0.23%포인트 하락한 3.235%를 기록했다. 5년과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 역시 각각 연 3.27%와 3.33%로 하루 만에 0.22%포인트, 0.19%포인트 낮아졌다. 지난 10월 4%를 웃돌던 때와 비교하면 1%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 

국고채 금리를 기준으로 하는 회사채 금리(3년) 역시 지속적으로 하락해 4% 안팎에 머물고 있다. 채권 금리 하락은 채권시장 강세를 뜻한다.

한국은행으로서도 큰 짐을 덜었다. 미국 연준이 지난해 3월부터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양국 간 기준금리 격차는 2%포인트까지 벌어진 상태다. 미국 기준금리는 5.5%, 우리나라는 3.5% 수준이다.

연준이 연내 한 차례 더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관측에 시장 불안감이 커진 상황이었다. 금리 차가 2.25%까지 벌어지면 원화 가치 하락(달러 강세)과 외국인 투자금 유출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 기준금리 동결 결정이 반가운 이유다.

향후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져 주가 상승과 채권시장 투자 심리 개선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채권 금리 하락은 회사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던 기업들이 자금난을 해소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한편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등 관계당국은 이날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시장 상황을 점검했다. 국내 주가와 환율, 회사채와 단기자금시장 금리 등이 대체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파악됐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연말 금융권 자금 조달 상황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며 "다만 고금리 장기화 속에 중동 사태 등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취약 요인도 남아 있는 만큼 금융·외환시장 안정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