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한국경제, 길을 찾아라] 저성장→V자 성장 열쇠는 '정책大전환' 뿐

2020-11-16 06:00
지역·산업·계층별 ‘K자형’ 양극화 심화
소주성·확장재정 탈피…민간주도 성장

[그래픽=아주경제]

저성장·저물가·저금리 등 이른바 '3저'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경제호’가 긴 불황의 터널에 갇혔다.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생산·소비·수출 등 주요 경제지표의 불확실성을 키우며, 향후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이는 알파벳 ‘K’자와 같이 각 분야별 양극화를 심화시키며, 우리 경제를 기형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결국 K자형 침체의 장기화로 이어져, 전체 경제 생태계를 파괴시킬 거란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을 효율적으로 타개하려면, 현 경제 정책 구조의 다양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통해 경제 주체가 되는 곳곳에 활력을 불어넣을 때, 과거 일본이 걸었던 '잃어버린 30년'의 길은 피할 수 있을 거란 분석이다.<관련기사 6, 8면>

최근 국내 경제의 전반적 분위기는 지역·산업·계층별 양극화가 가속화되는 ‘K자 흐름’이 뚜렷하다.

우선 산업만 놓고 봤을 땐, 코로나 이후 비대면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며 정보통신·전자상거래·바이오 등의 업종이 급속도로 뜨고 있다. 반면, 요식·관광·도소매업 등 전통의 대면서비스는 빠른 하향 곡선을 그리는 추세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 자료에 따르면, 9월 전(全)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2.3% 증가했지만, 숙박·음식점업(-7.7%), 교육(-1.8%), 예술·스포츠·여가(-1.9%) 등 대면 서비스업은 일제히 감소했다.

계층별로는 저소득·저학력층의 피해 가중 폭이 두드러진다. 고소득·고학력층의 경우, 코로나 이후에도 재택근무가 가능해 일자리를 비교적 안정적으로 보장받고 있다. 그러나 저소득·저학력층은 대면서비스 종사 비중이 높아, 소득 손실 측면에서 직격타를 맞고 있다. 이상원 국제금융센터 부전문위원은 “고소득층은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 등을 통해서도 자산을 늘리고 있지만, 저소득층의 보유자산은 갈수록 쪼그라드는 추세”라고 말했다.

당분간 국내 경제의 어려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글로벌 경제위기(0.8%⟶6.8%) 때와 달리 극적인 반전은 어려운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올해 성장률이 -1.9%에서 내년 2.9%로 성장할 것으로 판단했다. 향후 양극화와 저성장이 맞물려, 경제가 지속가능한 균형을 잃어버릴 수도 있단 뜻이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경제정책의 방향성을 바꿈으로써, 국내 경제의 성장 모델 변형을 이뤄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과정이 뒷받침 될 때, 장기적으로 다양한 불확실성에 대응할 기초 체력을 키울 수 있단 판단이다.

대표적인 게 기존 ‘소득·재정주도 성장정책’ 구도의 탈피다. 이는 국가경쟁력을 갉아먹으면서 억지로 성장률을 높이려는 단기적 처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그보단 ‘민간주도 성장’ 정책으로 돌려, 경제 주체가 되는 곳곳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단 주장이다.

배선영 연세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는 “(민간주도 성장 정책 모델이 정착되면) 기업의 투자의욕과 노동자의 근로의욕을 고취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바꾸고, 신산업 태동을 가로막는 낡은 규제를 혁파하는 과정 등도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추진 중인 ‘확장적 재정정책’도 최대한 지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결국 초인플레이션(물가 상승)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고, 국가경쟁력을 저하시킬 여지도 많다는 지적이다.

시중에 풀린 돈을 생산성 있는 곳에 흘러갈 수 있도록 올바른 기류를 만들어 주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한국은행이 사상 유례없는 돈을 풀고 있지만, 실물 거래가 아닌 금융거래(부동산, 주식)로만 흘러가는 상황이다. 이에 풀린 돈이 돌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향후 실물경제와 자산가격 괴리가 더 커져 ‘유동성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단 지적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김경수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적정한 곳에 쓰이고 있는지에 대한 관리감독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대출을 진행한 뒤, 사후감독을 더욱 정교하게 가다듬는 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