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 수출 ‘빨간불’]① 중소기업 선박 없어 발동동...해수부 "선적공간 우선 제공"

2020-11-06 08:00
해수부, 해운선사·중기 상생협의체 구성
HMM, 국내 수출 중소기업 위해 임시 선박 2척 긴급 투입

해양수산부와 중소벤처기업부, 한국선주협회,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지난달 29일 ‘수출 중소기업과 국적 해운선사 간 상생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왼쪽부터 김학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정태순 한국선주협회 회장.[사진=해양수산부]

정부가 최근 선박 부족과 해상운임 급등으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선적공간을 우선 제공하기로 했다. 국적 해운선사인 HMM(현대상선의 새이름)은 임시 선박 2척을 한꺼번에 투입했다.

6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선주협회,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과 함께 지난달 2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수출 중소기업과 국적 해운선사 간 상생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과 HMM간 ‘수출 물류 핫라인’이 개설된다. 공단이 중소기업의 긴급한 수출 화물 수요를 접수해 HMM에 통보하면 HMM은 우선적으로 선적 공간을 배정하는 방식이다.

HMM은 지난달 31일 국내 수출기업을 위해 4500∼5000TEU급(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 선박 2척을 긴급 투입했다. HMM 프레스티지호와 인테그랄호는 총 7980TEU의 화물을 싣고 부산항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LA)로 출항했다.

해수부는 11월부터 내년 2월까지 매월 1척 이상의 선박을 추가 투입해 우리 기업의 수출 물류를 지원할 예정이다.

해수부에 따르면 올 하반기부터 미국의 소비재 수요 증가, 블랙프라이데이, 크리스마스 등 계절적 수요의 영향으로 물동량이 늘었지만 국내 수출 기업은 컨테이너 선박을 구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 선사들이 수익성 높은 중국-미국 노선에 집중적으로 선박을 배치하면서 한국 화물을 실을 수 있는 선박과 선적 공간의 부족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올 상반기까지 안정세를 유지하던 아시아-미주노선 해상 운임은 하반기부터 급등했다.

해수부가 HMM과 손잡고, 선박 2척을 한꺼번에 투입한 이유다.

두 척의 선박에 선적한 화물 중 약 60%는 중견·중소기업의 화물로 채웠다. 통상 대기업 화물이 60%를 넘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화물의 400TEU 이상은 국산 방호복과 보호장구, 손세정제 원료 등 'K-방역' 제품으로 채워졌다. 고추장과 된장, 라면 등 'K-푸드' 또한 평소의 3배가 넘는 300TEU 가량 실렸다.

중소기업들은 해운선사의 안정적인 수익 확보를 위해 장기 운송계약을 늘리고, 선박 이용률도 높이기로 했다.

해수부는 중기부와 협약기관 간 상생협의체를 구성해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문성혁 해수부 장관은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을 수립한 이후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과 HMM의 흑자 전환 등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다"며 "앞으로는 국적 해운기업과 화주 기업 간 상생협력을 통해 동반 성장을 이루어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