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공공임대 등 '전세난 해법' 고심했지만…"뜨거운 아이스아메리카노"

2020-11-05 15:14
집값 잡으려 급격히 추진한 정책, 임대차 시장 직격탄
좋은 입지에 저렴한 공공주택 "이상적이지만 불가능"

정부가 ’질 좋은 중형 공공임대‘ 등으로 전세난 해법을 고심하고 있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는 비관이 정부 실무선부터 나온다. 민간 임대시장을 급격히 축소한 상황에서 중산층이 살 만한 입지에 저렴한 주택을 정부 주도로 개발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시간과 돈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전세난 해결책을 주문한 문재인 대통령을 두고 "뜨거운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달라고 한 것과 같다"고 꼬집기도 했다.

5일 국회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요청한 ’중산층 대상 임대주택‘ 공급계획을 이르면 이번달 중 발표한다.

중산층 대상 임대주택은 문 대통령이 거듭 강조하고 있는 정책이다. 그는 지난달 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도 “질 좋은 중형 공공임대아파트를 공급해 전세 시장을 기필코 안정시키겠다”고 단언한 바 있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에 매매 위주의 광고 전단이 붙어있는 모습.[사진 = 김재환 기자 ]

최근 수 개월간 집값 상승세에 이은 전세 대란까지 벌어지자 저소득층 외에 중산층의 주거문제도 정부가 공급하는 임대주택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하지만 전문가뿐 아니라 정책을 수행할 공공기관에서도 실현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냈다. 현재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자금도 부족해서다.

익명을 요청한 A공공시행기관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는 크고 좋은 집보다도 위치“라며 ”중산층이 원하는 건 교통·학교·편의 인프라가 우수한 곳인데, 정부가 개발하기에는 땅값이 너무 비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공공기관들이 보유한 임대주택의 경우 서민 주거안정 차원에서 대체로 작고 외진 곳에 있다“며 ”중산층이 원하는 수요와 맞지 않고 새로 개발하기에는 비용이 걱정“이라고 부연했다.

LH에 따르면 공공임대주택 1호당 부채 증가액은 국민임대 기준 1억2500만원, 행복주택의 경우 8800만원에 달한다. 막대한 세금이 투입돼야 수급량을 맞출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의 임대주택 공급 정책 중 대다수를 담당하는 LH의 총부채는 지난해 말 126조원이다. 이자가 붙는 금융부채도 66조원이다. 더 비싸고 입지가 좋은 중산층 대상 임대주택을 공급하기 어려운 이유다.

공공임대 특성상 수요자가 선호하는 전세가 아니라 보증부 월세로 설계된다는 점도 문제다. 일례로 송파 헬리오시티에 들어선 행복주택 39·49·59m²는 보증금 74400만~1억5200만원에 월 임대료 26만~53만원이다.

10년 임대 후 분양 방식의 경우 공급자가 초기 투자금을 분양대금으로 회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집값 상승폭이 큰 수도권 입주자 입장에서는 반대로 추후에 막대한 비용이 든다.

일각에서는 민간임대주택 제도를 지난 2017년 말 장려하다가 올해 급히 축소하면서 사실상 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결할 카드가 사라졌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총 160만가구의 등록 민간임대주택 중에서 전세 공급량을 담당하는 약 40만가구(수도권 27만가구)의 아파트는 모두 등록 말소키로 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임대차2법(전월세 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과 공시가격 현실화율 90% 인상 등 정책이 겹쳐 전세 물량 잠김 현상에 가격 상승 요인까지 더했다는 점도 걸림돌로 꼽혔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정책에는 장·단점이 있는데, 민간의 역할을 정부가 대체할 준비를 마치기도 전에 여러 정책을 너무 급진적으로 추진하면서 혼란이 가중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구로구 영등포역 인근 A공인 대표도 ”문재인 대통령이 한 주문은 뜨거운 아이스아메리카노처럼 말이 안 된다"며 "정부 돈으로 모든 걸 다 해결할 수 없다면 민간의 역할을 인정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싫어한 갭투자자와 다주택자는 다른 면으로 보면 임대주택 공급자“라며 ”집값을 못 잡아서 매수도 안 되고, 전세도 못 가는 상황을 만들어 놨으니 답이 없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