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채무자 몰리는 카드론 … 금리 올려도 두자리수 증가
2020-10-28 17:17
마이너스통장과 카드론 등 긴급생활자금성 대출이 두 달째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카드론 금액은 4조원을 돌파해 3월 이후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카드론 이용자 중에는 채무가 3곳 이상인 다중채무자 비중이 높아 연체 부실 우려가 크다.
27일 7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 9월 카드론 이용액은 4조 1544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카드론 이용금액은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올해 3월(4조3242억원) 다음으로 많다. 올 상반기 기준 전체 카드론 대출 잔액은 작년 말보다 7000억원가량 늘어난 29조8000억원이다.
카드사들이 고신용자들에게 금리우대 혜택을 주면서 카드론 마케팅을 진행한 탓도 있지만, 지난달부터 시작된 은행 대출규제로 인해 카드론으로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9월 카드론 사용 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3조 924억원 대비 34.3%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액수로는 1조 620억원이 늘었다.
대출이 급증하자 카드사들은 연체율 상승을 우려해 금리할인폭을 조절하고, 마케팅을 자제하고 있다. 시중은행에서 거절된 저신용자들이 유입될 것을 우려해서다. 여신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7개 전업계(신한·삼성·KB·현대·우리·하나·롯데) 지난 8월 말 표준등급 기준 카드론 운영가격은 평균 13.68%로 집계됐다. 전달인 7월 말 운영가격이 평균 13.63%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0.05%포인트 인상됐다.
실제 카드론 이용자의 절반 이상이 빚으로 빚을 돌려막는 다중채무자로 조사돼 카드사 건전성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카드론 잔액 및 연체 현황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전체 카드론 이용자 260만3541명 가운데 146만27명(56.1%)은 3개 이상 기관에서 카드론을 이용한 다중 채무자로 집계됐다. 올 상반기에만 146만26명의 다중 채무자가 카드론을 이용한 점을 볼 때 올 한해 다중채무자 수는 작년보다도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카드론 이용자 중 20대의 대출잔액 속도도 가파르다. 상반기부터 지난 6월까지 20대의 마이너스 통장(마통)과 마이너스 카드 대출(카드론) 잔액이 2조 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대의 채무조정 신청도 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신용회복위원회에 채무조정을 신청한 20대는 2015년 9519명에서 지난해 1만2455명으로 30.8%가 늘었다. 경기침체와 취업난이 장기화하면서 20대의 채무가 증가하고, 끝내 금융채무 불이행자(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7월 우대금리를 적용하는 등 카드론 금리 할인이벤트를 대대적으로 진행했다"며 "당국의 대출 규제 강화로 인해 카드론에 대출이 몰릴 것을 우려해 최근 금리 조정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