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先종전선언·後비핵화 또 주장..."좋은 결과 있을지 누가 아느냐"

2020-10-28 10:25
27일(현지시간) 화상 세미나 연설 참석해 이같이 주장
미국 '쿼드 플러스' 제안에 "중국, 한국 '적'으로 볼 것"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2020 한·중·일 평화 포럼에서 '전환기 동아시아 평화모색'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이 27일 북한의 비핵화는 물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촉진하기 위해 종전선언이 출구가 아닌 입구가 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 특보는 이날 한국의 동아시아재단과 미국의 애틀랜틱카운슬이 공동 주최한 화상 세미나 연설에 참석해 "종전선언 채택이 북·미 관계 개선으로 이끌고 우리 모두를 위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생산할 수 있을지 누가 알겠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문 특보는 또 종전선언을 채택하더라도 주한미군의 한국 주둔 지위에 대한 변화는 없을 것이고, 관련해 남·북·미 모두 공유된 이해가 있다고 주장했다. 주한미군 지위는 한·미 동맹 문제로 북한이 간섭할 공간이 없다고도 했다.

이어 "만약 북한이 이를 고집한다면 종전선언이 채택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문 특보는 또 한국이 미국 정부 주도의 반중(反中) 포위망으로 알려진 '쿼드(QUAD·비공식안보협의체) 플러스'에 참여할 경우 중국이 한국을 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정부는 현재 일본·인도·호주와 추진 중인 쿼드에 한국 등 주변국 참여를 제안하고 있다. 이에 한국 정부는 특정 국가를 배제하기 위한 구상은 '좋지 않은 아이디어'라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이와 관련, 문 특보는 한국 입장에서 미국은 제1의 동맹이고 중국은 전략적인 경제 파트너라고 규정하며 "우리의 우선순위는 미국에 가 있지만 그렇게 하면서 우리는 일부 걱정이 있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미국이 우리에게 일종의 반중 군사동맹에 가입하라고 강요한다면 나는 이것이 한국에 실존적 딜레마가 될 것을 안다"고 내다봤다.

더불어 한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를 추가 배치하거나 중국을 겨냥한 중거리탄도미사일 등을 배치 또는 남중국해 등 군사 훈련에 합류할 경우 "중국은 한국을 적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중국이 한국에 대항해 둥펑 미사일을 겨냥하고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은 물론 서해에서 군사적 도발을 할 것"이라면서 "우리가 이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겠느냐. 미국이 우리를 보호하려 하고 보호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문 특보는 또 "중국은 러시아, 북한을 포함한 '북부 3자 동맹 시스템'을 강화할 것"이라면서 "중국은 1958년 이후 북한에 군대와 무기, 물류 지원을 하지 않았지만 석유를 포함해 이런 지원을 재개할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 경우 북한으로부터 핵은 물론 재래식 위협도 더 강화될 것"이라며 "우리가 이런 딜레마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겠느냐"고 거듭 반문했다.

문 특보는 또한 중국과의 경제적 디커플링(탈동조화)으로 인해 중소기업 등 한국 기업이 희생될 것이라고 판단, "문재인 정부가 이런 종류의 선택을 수용할 수 있겠느냐. 나는 매우 의심스럽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요즘 우리는 신냉전의 도래를 직면하고 있다. 한국민은 한반도 분단과 분쟁 등 냉전에 대해 쓰라린 기억이 있어 냉전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최근 격화하는 미·중 갈등 상황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것이 미국 친구들에게 신냉전이 불가피한 것인지, 피할 수 있는 것인지 묻고 싶은 이유"라며 "이는 한국민의 실질적 우려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문 특보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교착상태와 관련,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요구 수준이 너무 높다고 지적하면서 타결되더라도 한국 국회에서 예산을 승인하지 않을 수 있다며 미국이 이런 상황을 이해하길 희망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