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별세] "삼성을 글로벌 거인으로 키운 큰 별 지다"...외신 긴급 타전(종합)

2020-10-25 12:07
WSJ "2류 부품사를 세계최고 기업으로"
로이터, 이건희 경영혁신 단행 과정 조명
요미우리 "그룹 경영 큰 영향은 없을 것"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자 25일 주요 외신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별세 소식을 전하는 뉴욕타임스(NYT)의 기사.[사진=NYT 캡처]


월스트리트저널(WSJ), 로이터 등 외신은 이날 이건희 회장이 별세했다는 소식을 긴급 뉴스로 전하며 "이 회장은 삼성그룹을 세계 최대 스마트폰 및 TV 제조업으로 탈바꿈시킨 인물"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이 회장의 생애와 삼성 그룹의 성장 역사를 집중 조명했다.

WSJ은 이 회장의 부고 소식을 전하며 "이 회장은 2류 전자 부품 회사를 세계 최대 스마트폰과 TV 제조사로 변모시킨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모든 면에서 이 회장은 기대치를 뛰어넘었고, 삼성을 텔레비전과 스마트폰, 메모리칩 분야에서 세계 1위 기업으로 올려놨다"고 평가했다. WSJ은 "이 회장은 삼성을 대한민국 최대 기업으로 30년 넘게 이끌어왔고 스마트폰과 반도체, 생명보험, 롤러코스터(테마파크)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것을 판매하는 회사로 변모시켰다"고 설명했다.

또 이 회장이 올림픽을 통해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끌어올렸던 점도 치켜세웠다. WSJ은 "1987년 회장에 취임한 이후 이 회장은 모든 것을 바꾸라며 경영자들을 독려했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직을 맡는 등 올림픽을 통해 삼성이라는 브랜드의 가치를 끌어올리려고 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WSJ은 이 회장의 별세로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문제가 새로운 화두로 떠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WSJ은 "이건희 회장은 회사의 최대 개인 주주지만, 50%에 달하는 한국의 상속세 때문에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나 두 명의 딸(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에게 지분을 양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WSJ은 "이날 나온 삼성 측 성명에는 누가 이 회장을 대신할 것인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부친의 입원 이후 수년간 그룹의 실질적 리더 역할을 맡아왔다"고 짚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전자 업계의 거인이 향년 78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며 이 회장의 타계 소식을 집중 보도했다. NYT는 삼성전자에 대해 '오늘날 한국 경제의 주춧돌이며 전 세계에서 연구개발(R&D)에 가장 많은 자금을 투자하는 기업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지난 1987년 이 회장이 취임했을 때만 해도 서방국가에서 삼성전자 제품은 할인매장에서 판매하는 저가형 상품으로 인식됐지만, 이 회장이 끊임없이 기술을 개발하고 혁신을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회사를 세계적인 기업 반열에 올려놨다고 NYT는 평가했다.

그러면서 NYT는 "그의 재임 동안 점차 다른 전문 경영인들이 그룹에서 더 큰 책임을 지게 됐지만, 이 회장은 삼성의 '큰 사상가'(big thinker)로 남아 거시 전략 방향을 제시했다"며 이 회장의 업적을 치켜세웠다.

다만 WSJ과 NYT는 이 회장이 1995년과 2008년 두 차례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가 사면된 점도 전했다. NYT는 "이런 업적에도 불구하고 이 회장은 두 번의 유죄 판결을 받았고 두 번의 사면을 받았다"며 한국의 오랜 정경유착 관행에서 자유롭지 못한 면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1993년 '삼성 신(新)경영'을 선언하며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이 회장의 어록을 소개하면서 당시 삼성의 대대적인 경영혁신 단행 과정을 조명했다.

프랑스 AFP통신은 삼성을 한국에서 가장 큰 가족 소유 대기업, 혹은 재벌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를 글로벌 테크 거인으로 변모시킨 이 회장은 2014년 심장마비로 병석에 눕게 됐다"며 "은둔형 생활방식으로 유명한 이 회장의 구체적인 상태에 관해선 공개된 것이 적어 그의 마지막 날들 역시 미스터리에 싸여 있었다"고 보도했다.

일본 언론도 이 회장의 별세 소식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 회장은 1987년 삼성그룹 2대 회장에 취임해 창업가 출신으로 한국 재계를 선도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재용 부회장이 사실상 수장으로 지휘봉을 잡은 상태에서 (이 회장 별세가) 삼성 경영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바이두 인기 검색어 순위 2위에 '한국 삼성 회장 이건희 사망'이 올라왔다[사진=바이두 화면 캡처]


중국 언론도 이 회장의 별세 소식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중국 펑파이신문은 이 회장이 삼성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킨 이야기를 상세하게 담은 영상으로 만들어 보도했다. 여기에는 이 회장이 1966년 삼성 계열사였던 동양방송을 통해 입사한 기록부터 1987년 부친인 이병철 삼성 창업주로부터 그룹을 물려받아 삼성을 키운 그의 일생이 담겼다.

중국 누리꾼들의 관심도 뜨겁다. 중국 최대 검색포털인 바이두에는 이날 내내 이건희 회장의 사망 관련 검색어가 상위에 포함됐다.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직후에는 '한국 삼성 회장 이건희 사망'이라는 검색어가 화제 검색 순위 2위에 올랐다. 이날 오후 들어서는 '이건희 유산 상속세만 600억 위안 이상'이라는 검색어가 1위에 올랐다. 또 중국 소셜미디어인 웨이보에서는 이 회장의 별세 소식이 '주요 화제'에 올랐다.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주요국 언론도 이 회장의 별세 소식을 잇달아 보도했다. 국영 베트남뉴스통신(VNA)은 이 회장의 별세 소식을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게시하며 "이 회장이 삼성을 전자와 보험, 조선, 건설 등 많은 분야에서 수십 개 계열사를 둔 한국 최대 기업으로 키웠다"고 전했다. 삼성은 스마트폰의 절반가량을 베트남에서 생산하고 있다. 이 외에 태국과 필리핀, 싱가포르 등도 이 회장의 별세 소식을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올리는 등 적극적으로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