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금태섭 탈당을 보며...청개구리 국회의원의 ‘내부 총질과 비판 사이’

2020-10-25 12:42

“교묘하게도 청개구리형은 의도적으로 갈등을 유발하고 분란을 일으킨다. 청개구리형 국회의원은 언론 지형을 노리고 즐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2016년 20대 국회 개원 직후 원외에 머물 때 내놓은 ‘정청래의 국회의원 사용법’에 나오는 구절이다. 정 의원은 당론 위배를 업으로 삼는 청개구리 해당행위형 국회의원을 “당의 규율로 중징계해야 한다”고 했다.

청개구리·징계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바로 지난 20대 국회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처리에 기권표를 던진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이다. 금 전 의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조 전 장관을 몰아붙였다. 딸 표창장 의혹은 물론 조 전 장관의 언행불일치도 비판했다.

그 전부터 당내에서 소신발언의 대명사로 꼽힌 그는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 청개구리 의원으로 낙인찍혔다. 민주당은 청개구리 의원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다. 21대 총선에서 당내 경선에 탈락해 사실상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은 그를 지난 5월 징계(경고처분)했다.

금 전 의원에 내린 경고의 함의는 적지 않다. 거대 여당호(號)에 처음 탑승한 초선 의원들에게 ‘딴생각은 하지 말라’는 경고였다. 열린우리당 시절의 ‘108번뇌’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다.

금 전 의원에 내린 경고 처분은 검찰의 형사 처분 중 하나인 기소유예와 성격이 유사하다. ‘잘못했지만, 봐줄 게 앞으로는 조심해라’는 의미다. 금 전 의원은 억울했다.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소신에 대한 징계는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명예를 회복하고자 재심을 청구했다. 기소유예 받은 일반 국민이 ‘나는 지은 죄가 없다’며 정식재판을 청구하듯.

그렇지만 민주당은 무려 재심을 5개월 뭉갰다. 국민이 정식재판을 청구했지만, 재판조차 열리지 않은 것이다. 참다못한 청개구리 의원은 탈당을 선언했다. 청개구리 의원은 탈당의 변에서 “건강한 비판이나 자기반성은 ‘내부 총질’로 몰리고 입을 막기 위한 문자폭탄과 악플의 좌표가 찍힌다”고 했다.

금 전 의원의 탈당 선언이 정치적으로 재기를 위한 포석인지, 정치적 체급을 높이기 위한 의도적 행위인지는 모르겠다. 아쉬운 점은 거대 여당의 모습이다. 떠난 청개구리 의원에 대해 한 친문(親文) 의원은 ‘철새’라고 비판했다. 사실상 탈당의 길로 내몰린 자가 실제 떠나니 “이럴 줄 알았다”는 식이다.

특히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 만연한 손타쿠(忖度·윗사람의 뜻을 헤아려 알아서 행동) 현상은 거대 여당의 품격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국민은 스스로 당의 총알받이를 자임하고, 계파의 눈치를 보며 사실상 충견 역할을 하는 국민의 대표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국회의원은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만큼 ‘많은 사람이 미워하더라도 반드시 살펴야 하며 많은 사람이 좋아하더라도 반드시 살펴야 한다’(중오지 필찰언 중호지 필찰언)는 옛 성현의 말씀을 되새겼으면 한다. 
 

정경부 정치팀 신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