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 '부하'가 아니다?

2020-10-24 01:00
답은 'X'…검찰청법 "법무장관은 검찰 최고감독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대검 국정감사에서 처가 의혹, 라임 사건 등에 대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비난했다. 추 장관이 지휘권을 수용해 놓고도 국감에서 강도 높게 지적하면서 사실상 정치를 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낸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윤 총장은 이날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장에서 "(장관 수사지휘가) 근거 목적 등에서 위법한 것은 확실하다고 생각한다"며 "중범죄를 저질러 중형 선고가 예상되는 사람들 얘기를 듣고 검찰총장 지휘권을 박탈하는 건 비상식적인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특히 "검찰총장은 법리적으로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장관 부하라면 정치적 중립과 거리가 먼 얘기가 되고 검찰총장이라는 직제를 만들 필요도 없다"고 주장했다.

윤 총장의 발언은 사실일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3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일단 '법리적'으로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 부하가 아니라는 윤 총장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윤 총장이 언급한 '부하'라는 단어는 법리적이지 않을뿐더러 법률용어도 아니다. 표현상 문제는 있지만 우리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부하는 '직책상 자기보다 더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으로 규정한다.

기본적으로 검찰청은 법무부 외청,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 상관으로 규정돼 있다.

정부조직법 제32조 제2항은 검사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해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검찰청을 둔다고 규정한다.

마찬가지로 검찰청법 제8조(법무부 장관의 지휘·감독)은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 최고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돼 있다.

수사지휘와 관련해 추 장관이 윤 총장에게 구체적인 사건을 지휘하는 건 아무런 문제가 없는 셈이다.

윤 총장 발언이 사실상 '정치적'으로 비춰진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윤 총장은 "장관은 기본적으로 정치인"이라며 "전국 검찰과 검찰총장이 그 부하라면 정치인 지휘에 따라 수사 소추를 해야 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사법 독립과 거리가 멀게 된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부하'도 아닌 데다 장관이 '정치인'이기 때문에 따를 수 없다는 발언이다. 하지만 이 역시도 문제가 될 소지가 충분하다.

이필우 변호사(법무법인 강남)는 "법률적으로는 당연히 외청 청장, '부하'라는 표현이 맞지는 않지만 상관인 건 맞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장관이라는 자리는 공무원 출신이든 정치인 출신이든 정무적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라며 "윤 총장 발언은 정무적인 장관 지시를 모두 거부하는 취지밖에 안 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는 어디까지나 정치적 발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