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전세난' 불똥튄 공인중개사들…정부, 계약갱신청구 명시 강행

2020-10-21 14:40
15일 입법예고는 '행정 오류'…국토부 "입장 변함 없어"

얼굴 만지는 홍남기 부총리.  [연합뉴스]


시장의 거센 반발에도 정부가 매매계약서에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여부를 명시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강행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관련 문제로 전세 난민이 되면서 이 법안 개정이 급물살을 타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이번 주 중으로 '세입자 계약갱신청구 명시법' 등 내용이 담긴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전세 낀 집을 계약할 때 기존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썼는지 여부와 청구권 행사를 포기하고 이사를 나가기로 했는지 등 정보를 명확하게 표기하도록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등을 고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개정안에는 개업공인중개사들이 여러 위반행위를 저지를 경우 최대 2년의 업무정지를 부과할 수 있는 관련 규정도 담긴다. 공무원이 업무정지 기준을 판단해 악의적 중개사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지난 15일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 일부개정안 입법예고가 올라왔다가 19일 다시 내려갔다. 이에 국토부가 여론을 받아들여 관련 법안을 철회하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이 나왔지만, 이는 단순 행정상의 오류라는 게 정부의 해명이다. 정부는 이른바 '홍남기법' 제정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책임을 떠안게 된 중개업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공인중개사에게 새로운 의무에 대한 부담을 전가하는 데다가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법안으로 인해 매매 시장이 혼란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강남구 대의원인 허준 공인중개사는 "새로운 권리와 의무의 부담은 그 근거와 한계가 명확해야 한다. 이번 시행규칙 개정안은 공인중개사의 새로운 의무를 부담시켜 거래 활성화를 막는 개정안"이라고 지적했다.

법안이 시행될 경우, 중개 대상물 표시 광고 시 임대차 관계의 사실성까지 조사해야 한다. 그러나 임대차 계약서 열람 등의 협조 없이는 현황 파악이 불가능하며, 임대인이 불완전한 정보 제공을 한다면 공인중개사는 확인설명서 상의 제재를 받게 되는 불합리한 현상을 가져온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기존 계약서상의 임대차 관계를 확인하려고 기존 계약서를 볼 경우, 개인정보 위반의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허 중개사는 "확인설명서상의 기존 공시 되지 않는 권리 관계란에 갱신청구권 행사 유무를 기재해 기존 제도를 활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확인설명서에 새로운 항을 추가하는 것은 헌법 제37조 2항에 도출되는 비례의 원칙과 과잉금지 원칙에 반하는 위헌적 요소"라고도 꼬집었다. 

그동안 정부는 전세 낀 집의 매매 계약이 추진될 때 세입자가 계약갱신을 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번복하지 못하고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그런데 홍남기 부총리가 전세난민 피해자가 되자마자 법 개정에 나선 상황이다. 

앞서 홍 부총리는 지난 8월 본인 소유의 경기 의왕 아파트를 9억2000만원에 매매 계약했다. 그러나 정작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잔금 납부와 등기 이전을 하지 못하고 있다. 기존 세입자가 당초 인근 지역으로 이사하겠다고 말한 것과는 달리 최근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옮겨갈 집을 구하지 못해 계속 거주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한편 국토부는 한국공인중개사협회와 지방자치단체 등에 공문을 보내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여부를 기재토록 안내했다고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