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국감]“6조4000억 R&D예산, 5년간 이자율은 0.2%”
2020-10-18 13:27
정부가 6조4000억원에 달하는 연구비를 관리하는 전담은행 두곳에서 5년간 0.2%의 이자만 받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수조원에 달하는 국가R&D 예산을 예치하면서 이자율을 삭감해주고, 은행 측이 부담해야 할 비용까지 감면해 줬다. 혈세로 일부 은행들의 배만 불려줬다는 지적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이용빈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과기부와 한국연구재단은 지난해 9월부터 13개 부처에서 제각각 운영해 오던 연구비관리시스템을 통합한 ‘통합이지바로’(Ezbaro) 시스템을 구축했다.
전담은행으로 선정된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13개부처 연구비 6조4000억원을 각각 6:4 비율로 예치해 관리하고 있다.
당초 전담은행 모집 공고대로라면 통합이지바로 인프라 구축과 운영을 위해서 예치 비율대로 156억원을 분담해야 한다.
이자율을 시중금리보다 낮게 측정해 과도한 특혜를 줬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국가R&D자금 6조4000억원 중에 연구기관으로 일괄 지급해 예치기간이 짧은 5조4000억원을 제외하더라도, 9600억원의 국비를 예치하면서 받은 이자는 19억원이다. 0.2%의 이자만 받도록 결정한 셈이다.
이는 과기부 이자율산출위원회가 시중금리에서 0.65%를 빼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이자율이 결정되던 2019년 4월 기준, 기업MMDA(수시 입출식 저축성예금) 가중평균금리는 1.1%이다.
0.65%를 제외하면 0.45%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과기부와 연구재단은 은행이 부담할 인프라 구축비(53억원)와 운영비(시스템 유지보수, 콜센터 운영비) 등 156억원을 감면해 주기 위해 0.65%를 삭감해 줬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의원은 “이자율을 삭감해줘야 한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꼬집었다.
과기부와 연구재단은 R&D자금을 예치하는 대신 은행들이 부담하기로 사전 고지된 인프라 구축비도 당초 공고와는 달리 53억원에서 47억원으로 할인까지 해줬다. 반면, 시스템 개발에 소요되는 국비 70억원은 고스란히 투입됐다.
이 의원은 “막대한 국비를 예치시키면서 사실상 이자율은 턱없이 낮게 결정되고 은행이 분담해야 할 사업비도 할인해주며 은행들 배만 불려준 셈이다”며 “전담은행 선정과정에서부터 이자율을 삭감하기로 결정한 근거, 당초 공고 내용과 다르게 운영된 부분 등 총제적으로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