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샤오미 독주 용납 못해" 삼성전자 '갤럭시 핏2' 박리다매 전략 나선다

2020-10-14 08:08
삼성전자 새 스마트 밴드 '갤럭시 핏2' 리뷰
샤오미 '미밴드' 대응해 4만원대 저가 정책... 기능과 배터리 사용 시간은 전작보다 향상

삼성전자가 전 세계 저가 스마트 밴드 시장을 점령한 샤오미에 대항하기 위한 스마트 밴드 '갤럭시 핏2'를 지난 8일 국내에 출시했다.

갤럭시 핏2는 고급스럽지만 10만원대 가격으로 경쟁 제품인 샤오미 '미밴드'보다 비싸다는 지적을 받은 '갤럭시 핏1'과 저렴하지만 미밴드보다 성능과 기능면에서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은 '갤럭시 핏e'의 단점을 개선한 제품이다. 갤럭시 핏1을 능가하는 성능과 기능을 갖췄으면서, 가격을 갤럭시 핏e과 동일한 4만9500원으로 절반 이상 낮췄다. 그만큼 이용자 접근성이 향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 갤럭시 핏2. 메인 화면에는 시간과 심박 수 등 기초적인 건강 정보가 표시된다. [사진=강일용 기자]

이런 말 금물인데... 진짜로 미밴드 '게 섰거라' 하려고 나온 제품
기존 저가 스마트 밴드 시장은 샤오미 천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장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올 2분기 전 세계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서 17% 점유율을 기록한 샤오미가 21% 점유율을 기록한 화웨이의 뒤를 이어 2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화웨이는 고가 모델과 저가 모델을 합산한 판매량이지만, 샤오미는 저가 모델인 미밴드 판매량만으로 거둔 성과다. 실제로 샤오미 제품의 평균 판매가격은 25달러(약 3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샤오미가 저가 스마트 밴드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박리다매'에 있다. 컬러 OLED 화면, 한 번 완충으로 2주 이상 가는 배터리 수명, 단독으로 작동하는 다양한 피트니스 기능 등을 갖춘 스마트 밴드를 4만원대라는 공격적인 가격에 판매했다. 최신 제품인 '미밴드5'도 3만9900원에 판매한다.

이러한 공세에 맞서 삼성전자도 저가 스마트 밴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갤럭시 핏2부터 박리다매 전략을 취한다. 컬러 OLED 화면, 2주 이상 가는 배터리 수명 등 미밴드의 장점을 모두 포옹하면서 미밴드보다 더 많은 기능과 더 우수한 하드웨어를 강조하고 있다.
 

갤럭시 핏2 손씻기 기능(왼쪽)과 스트레스 확인 기능. [사진=강일용 기자]
 

갤럭시 핏2는 1.1인치 컬러 OLED를 택해 0.95인치 화면의 갤럭시 핏1보다 화면 크기가 더 커졌음에도 폼팩터(하드웨어 구성)는 동일하다. 무게도 전작보다 2g 가벼운 21g이다. 하루 종일 운동 중에도 차고 있어야 하는 스마트 밴드의 특징 상 사소한 무게 차이로도 착용감 면에서 큰 차이를 보여준다.

건강관리 기능의 경우 걷기·달리기·로잉머신 등 5가지 운동 기록을 자동으로 측정하고, 수영·자전거·필라테스 등 90여 가지 운동을 수동으로 기록할 수 있다. 자동 운동 측정 기능이 없고, 수동으로 기록할 수 있는 운동 종목도 11개에 불과한 미밴드5보다 우수한 점이다. 배터리 사용시간도 한 번 충전으로 2주 이상 가는 등 전작보다 두 배 이상 우수해졌다.

다만 생산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갤럭시 핏2에서 전작의 특징이었던 금속 플레이트와 무선 충전 기능을 삭제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심지어 제품 생산도 삼성전자가 직접 하지 않고 외부 기업에서 ODM(주문자개발생산) 형태로 공급받는다. 물론 그 반대급부로 미밴드와 겨룰 수 있는 가격 경쟁력과 배터리 사용시간을 얻었으니 저가 스마트 밴드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려는 삼성전자의 전략적 선택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갤럭시 웨어러블 앱 편집 화면. 갤럭시 핏2의 기능이나 알림을 띄울 앱 목록을 편집할 수 있다. [사진=강일용 기자]
 

가격은 심플해도 기능까지 심플하진 않아
삼성전자가 갤럭시 핏2에서 특히 강조하는 기능은 수면 측정 기능과 손씻기 감지 기능이다. 지정해둔 수면시간을 얼마나 잘 지키는지 확인할 수 있고, 손에서 세균이 유의미하게 제거되는 25초 손씻기를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기존 갤럭시 핏이 걷기, 뛰기 등 운동 때 착용하는 기기였다면, 갤럭시 핏2는 배터리 사용시간 증가와 맞물려 생활 전반에서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기기로 업그레이드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밖에 삼성전자는 갤럭시 핏2에 심박수 기반 스트레스 측정 기능을 추가해 이용자가 현재 건강 상태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스마트 밴드의 필수 기능이라 할 수 있는 전화·메시지(카카오톡 포함) 알림, 전화 자동응답, 음악 재생·정지 기능 등도 모두 지원한다.
 

갤럭시 웨어러블 앱 편집 화면. 전화 빠른 답장용 문구나 운동에 관련된 자세한 설정을 변경할 수 있다. 기기에서 구체적인 설정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갤럭시 핏2의 기능을 온전히 이용하려면 연결된 스마트폰이 꼭 필요하다. [사진=강일용 기자]
 

갤럭시 핏2는 스마트폰과 연계하지 않아도 스마트 밴드 단독으로 상당수의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미밴드와 달리 스마트 밴드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스마트폰이 반드시 필요하다.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이나 갤럭시 웨어러블 앱을 설치한 스마트폰을 연결해 제품을 활성화해야 이용할 수 있다. 만약 이용자가 보유한 스마트폰에 갤럭시 웨어러블 앱을 설치할 수 없다면 갤럭시 핏2 이용이 어려우니 제품 구매에 앞서 앱 설치 가능 여부를 꼭 확인해야 한다.

제품에 관련된 모든 설정은 갤럭시 웨어러블 앱에서 할 수 있다. 시간이나 운동 상황 등을 요약해서 표시해주는 메인화면의 경우 삼성전자가 사전에 준비한 30여개 화면 중에서 취향에 맞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갤럭시 핏2에 표시되는 운동 관련 기능도 모두 갤럭시 웨어러블 앱에서 편집할 수 있다.
 

갤럭시 핏2. [사진=강일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