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 더 가까워진 한국인 WTO 수장…유명희, 막판 변수는

2020-10-10 17:51
2라운드에 진출 성공…다음달 6일 이후 결론 날 듯
유명희냐 친중파냐…일본, WTO 총장 선거 딜레마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당선에 바짝 다가섰다.

10일 외신 등에 따르면 유 본부장은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전 나이지리아 재무장관 후보와 최종 결선에 올랐다. 유 본부장은 초반 열세를 뒤엎고 최종 결선에 오르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어 국내외 통상외교가에서는 '한국인 최초' WTO 사무총장 당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변수도 있다. 그동안 WTO 수장이 아일랜드, 태국, 브라질 등의 국가에서 나온 만큼 아프리카 회원국을 중심으로 '아프리카 사무총장'을 원하는 여론이 있다는 점이다. 이에 아프리카 회원국들의 든든한 지원을 받고 있는 오콘조-이웰라의 기세가 만만치 않으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여기에 중국과 일본이 비동북아시아 후보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점도 유 본부장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특히 일본의 경우 징용 판결에 대한 사실상의 보복 조치로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했다가 WTO에 제소당한 상황이라서 유 본부장이 WTO 사무총장이 되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있다.

하지만 오콘조-이웰라 후보가 당선되는 경우 중국의 영향력이 커질 가능성이 있어 일본 정부가 선뜻 어느 한쪽을 지지하기 어려워 보인다.

일본 산케이 신문은 유 본부장과 오콘조-이웰라 후보를 '일본과 관계 악화가 계속된 한국 후보'와 '국제 협조에 등을 돌려 온 중국이 추천하는 것으로 보이는 나이지리아 후보'라고 각각 규정하고서 "어려운 대응이 될 것 같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유 본부장은 지난 7월부터 최근까지 세계 각국을 방문하며 주요 인사들을 만나 활발한 유세를 벌이고 있다. '25년 경력의 통상 전문가'라는 점을 내세워 WTO 사무총장이 될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 등의 측면 지원도 한몫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일 오후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연방공화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로 WTO 사무총장 선거 등 양국 상호 관심사에 대해 논의하고 유 본부장 지지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계에서는 전경련이 "유명희 본부장의 최종 당선을 위해 전 세계에 걸쳐 있는 전경련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 최선의 지원을 다할 것"이라며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유 본부장이 최종 당선될 경우 한국인으로는 물론이고, WTO 출범 25년 만에 첫 여성 사무총장이 탄생하게 된다. 앞서 우리나라는 1995년과 2013년에 WTO 사무총장에 도전했으나 실패한 바 있다.

한편 WTO 사무국은 3라운드이자 최종 라운드의 협의 절차를 이달 말에 착수해 내달 6일까지 진행하고,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최종 라운드에서는 164개 회원국이 한 사람의 후보에 대해서만 선호도를 표시하는 다수결 방식으로 사무총장을 가리게 된다.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 1차 라운드를 통과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달 27일 오전 2차 라운드 선거운동을 위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유럽으로 출국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