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친환경사업 전환 의지···경쟁력·기술력은 물음표

2020-10-07 05:17
구조조정 막바지에도 직간접적 입장 밝혀
자산 매각 후 두산重·퓨얼셀 중요 계열사
지속가능성·현금창출력 검증되지 않아

적극적인 자산 매각으로 구조조정의 8부 능선을 넘은 두산그룹이 자구안의 마지막 단계를 앞두고 있다. 구조조정을 마무리한 이후 그룹 전체의 지속가능한 경영계획을 수립하는 작업이다.

6일 재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이달 중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에 미래 그룹 경영방침을 수립·확정해 전달할 계획이다.

두산그룹은 올해 4월 채권단에 긴급운영자금 차입약정을 체결하는 동시에 보유 자산 매각 및 자본확충을 통해 3조원가량의 자금을 마련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특별약정을 체결했다. 미래 그룹의 경영방침 전달은 특별약정 체결과 동시에 채권단과 두산그룹이 합의한 구조조정 방안의 일환이다.

이후 두산그룹은 신속하게 자산 매각을 진행한 끝에 7개월여 만에 두산건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약속된 계열사를 매각하거나 매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말 예비입찰을 마친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이 순조롭게 마무리된다면 3조원의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두산그룹의 약속은 9부 능선을 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구조조정 과정에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보유한 두산퓨얼셀 지분 23%를 두산중공업에 무상증여를 결정했다. 대주주가 직접 사재를 출연하면서 구조조정 방안에서 채권단과 논의한 '대주주의 책임 및 고통분담' 문제도 다소 해결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오너 일가는 두산중공업에 무상증여한 지분의 담보를 해지하기 위해 두산퓨얼셀 보유 지분 나머지 전량(19.7%)의 블록딜 방식 매각을 진행하는 등 고통분담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이제 계열사 매각을 마무리한 두산그룹이 향후 어떤 사업을 영위해 지속성장할 것이냐는 문제가 남았다. 아직 두산그룹의 미래 경영방안이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재계 등에서는 친환경 에너지 사업 부문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실제 지난 4월 이후 두산그룹은 친환경 에너지 사업자로 혁신하겠다는 입장을 직간접적으로 밝혀왔다. 또한 지난달 중순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에 적절하게 화답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경남 창원에 소재한 두산중공업 사업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 같은 행보를 감안하면 친환경 에너지 사업으로 전환에 대한 두산그룹의 의지가 뚜렷해 보인다.

아울러 그룹의 캐시카우인 두산인프라코어의 매각을 진행하는 반면 두산중공업의 가스터빈·해상풍력 사업 부문과 수소 및 연료전지 사업을 영위하는 두산퓨얼셀을 매각하지 않았다는 점을 보더라도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다만 재계 등에서는 두산그룹의 의지와 달리 해당 사업 부문이 지속가능한지는 아직 물음표라는 분석이다. 친환경 에너지 사업이 최근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 발표 이후 큰 주목을 받고 있으나 아직 지속가능성이나 현금창출력 등이 검증되지는 않았다는 측면에서다. 동시에 두산그룹이 친환경 에너지 시장에서 기술력과 경쟁력도 아직 증명하지 못했다.

실제 두산중공업의 가스터빈 사업 부문만 보더라도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독일 지멘스(SIEMENS) 등 업계 선도사를 바싹 추격하기는커녕 현재 점유율 하위권에 머물러 큰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자산 매각을 마무리할 경우 두산중공업과 두산퓨얼셀이 중요 계열사가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산그룹은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의 전환에 올인하고 있는 것 같다"며 "다만 친환경 에너지 시장에서 두산그룹이 경쟁력을 입증할지는 두고봐야할 일"이라고 말했다.
 

[사진=두산건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