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두산에너빌리티·로보틱스 합병에 '조건부 찬성'

2024-12-09 15:21
"두산로보틱스 주가가 매수 예정가액보다 높아야"
글래스루이스도 찬성 권고...투자자·소액주주 찬성 가능성 커져

두산 분당 사옥 전경 [사진=두산그룹]

국민연금이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의 분할·합병안에 대해 조건부 찬성 입장을 표명했다. 금융감독원에 이어 국민연금까지 합병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면서 소액주주의 찬성 표심이 분할합병 쪽으로 기울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이날 15차 위원회를 열고 오는 12일 예정된 두산에너빌리티 임시주주총회 안건 중 두산로보틱스와 분할·합병 계약서 승인의 건에 대해 '찬성'을 결정했다. 이번 합병안은 두산에너빌리티를 사업법인과 두산밥캣 지분을 보유한 투자법인으로 인적 분할한 후 투자법인과 두산로보틱스를 합병하는 내용이다.

다만 수탁위는 주식매수청구권을 확보하기 위해 합병 반대 의사 통지 마감일 전일(10일)을 기준으로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의 주가가 주식 매수 예정가액보다 높은 경우에만 찬성 표결을 행사하고, 그 외에는 기권하기로 했다.

수탁위는 이 같은 결정이 주식매수청구권 확보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합병 회사의 주주는 주주총회 전 합병 반대 의사를 통지함으로써 주식 매수 예정가액으로 보유 주식의 매수를 청구할 수 있다. 주식 매수 예정가액은 두산에너빌리티가 2만890원, 두산로보틱스가 8만472원이다.

다만 현재 두산에너빌리티의 주가는 주당 1만7410원 선으로 10일 장 마감까지 주가가 약 20%가량 올라야 국민연금의 찬성표를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국민연금의 이번 결정으로 두산그룹 사업 개편은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두산에너빌리티 지분 6.85%를 보유한 2대 주주로, 이번 분할·합병 임시주총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글로벌 양대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도 이번 지배주주 개편으로 두산에너빌리티가 대형 원전과 SMR 등 미래 핵심 에너지 사업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며 찬성을 권고한 만큼 상당수 외국인 투자자와 소액주주도 양사 합병에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 등 두산에너빌리티 최대주주의 지분율은 30.67% 내외인 상황에서 국민연금과 외국인 투자자, 소액주주의 찬성표를 합치면 주총 특별결의 사안인 분할·합병도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