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급한 北 김정은, '80일 전투' 카드로 경제 성과 도출 '올인'

2020-10-06 16:18
北, 내년 1월 제8차 당대회까지 '80일 전투' 전개
김정은, 당 업적 과시할 성과 도출 절박함 내포돼
"北 경제난 극복 카드 없다는 현실 명확히 드러나"

북한 노동당 정치국의 ‘80일 전투’ 전개 결정은 국가경제발전 성과를 갈망하는 김 위원장의 절박함과 북한의 열악한 경제 상황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와 주목을 받는다. 

오는 10일 나흘밖에 남지 않은 당 창건 75주년 기념일에 이렇다 할 성과를 낼 수 없는 상황에서 내년 1월로 예정된 제8차 당 대회까지 ‘무(無)성과’로 보낼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 최후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해석이다.

조선중앙통신은 6일 김 위원장이 전날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9차 정치국 회의를 열고 “전당, 전국, 전민이 전투를 힘있게 벌여 당 제8차 대회를 빛나게 맞이할 데 대한 문제를 토의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집권 초기에도 단기적 성과를 내고자 별도의 기한을 정한 전투식 사업 속도전을 펼친 바 있다. 지난 2016년 5월 제7차 당대회를 앞두고 ‘70일 전투’를, 7차 당대회 직후에는 태풍 피해 복구를 위한 ‘200일 전투’를 벌인 바 있다.

그러다 4년이 지난 현재 다시 노력동원 운동 카드를 꺼내들었다. 김 위원장이 대북제재 장기화를 정면돌파하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예상치 못한 재난·재해 피해를 극복할 만한 마땅한 대책이 없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북한은 올해 초 대북제재 위기를 자력갱생으로 극복하겠다는 ‘정면돌파전’을 천명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돌발 변수와 함께 홍수·태풍 피해까지 겹치면서 당 창건 75주년에 내세울 뚜렷한 경제적 성과를 마련하지 못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8월 당 전원회의에서 이미 경제목표 달성 실패를 공식인정했고, 이를 만회하고자 오는 제8차 당대회에서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하지만 북한 경제의 회복 물꼬를 틀 북·미 비핵화 협상의 교착국면이 계속되고, 코로나19 사태 종식 시기도 가늠할 수 없어 현재의 경제난을 극복할 뚜렷한 대안이 없는다는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최후의 수단인 노력동원 운동을 통해 내부적으로 긴장감을 높이고, 고삐를 죄 조금이라도 선전할 만한 성과를 내려고 한다는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5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에서 열린 제7기 제19차 정치국 회의에서 발언하며 미간을 찌푸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이날 통화에서 “(‘80일 전투’ 같은 것은) 사실 70년대 김정일 시기의 속도전이다. 계획이 이뤄지지 않을 때 막바지에 전투적인 방법으로 결과물을 채워 넣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홍 실장은 “이런 방식은 한번 하고 나면 후폭풍이 강하다. 전체적인 계획이 속도전으로 채워지는 것으로 오히려 경제를 악화한다는 얘기가 있다”며 “그런데도 북한이 이런 속도전을 선택한 것은 그만큼 북한의 (경제 수준) 상황이 안 좋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내년 1월 당대회에서 성공적으로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고삐를 바짝 죄려는 것”이라며 “가능한 한 높은 성과를 내려는 김정은의 절박감이 느껴진다”고 분석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김 위원장의 ‘80일 전투’ 전개 결정을 북·미 비핵화 협상과 연결 지어 연내 한반도 비핵화 협상의 진전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 교수는 “김 위원장의 이번 결정은 기존의 북한 입장을 재확인한 셈으로 쌍십절(10월 10일)에 집중하고 11월 미국 대선 결과를 보고 제8차 당대회로 가겠다는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내년 당대회 때까지 내치에만 집중해 북한 대외사업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현재 북한의 대외적 태도에 대해 “일단 미국 대선 결과를 보겠다는 것”이라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되면 내년 상반기에 새로운 것이 있을 수 있지만,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 (북·미 대화 재개가) 상당히 오래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제8차 당대회 개최 시기를 1월 초로 예상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제8차 당대회가 새해 정초에 소집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당국자는 “정초라는 것이 1월 초인지 1월 1일을 얘기하는 것인지는 확답이 어렵다”라면서 “1월 초에 개최할 것으로 보는 것이 안전할 것 같고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강원도 김화군 수해 복구 현장을 현지지도했다고 2일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조선중앙TV 영상 속 김 위원장은 수해 지역의 벼 낟알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조선중앙TV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