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터프가이 말고 애국자 돼라"…코로나19 국면 경합주 유세 박차
2020-10-05 17:42
보건 수칙 준수 강조…플로리다 주 공들이기 이어가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유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악재 도미노에 초토화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캠프와는 다른 모습이다. 코로나19 방역에 초점을 맞추는 바이든 캠프는 대선 후반부에는 경합 주 공략에 더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고령 후보자 사이 민감한 '건강' 문제···바이든으로 기우는 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은 바이든 후보에게 유리한 변수라는 게 중론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 모두 고령이라 '건강 상태'는 이번 대선에서 가장 예민하고도 중요한 주제다. 트럼프 대통령이 본격적인 선거 시작 전부터 바이든 후보의 인지 능력이 떨어진다는 공격을 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마스크를 쓰지 않았던 것 역시 강인한 남성의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서였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확진 판정을 받고 각종 약물치료를 받게 된 것이다. 후유증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돼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최대 위기를 맞은 셈이다.
이미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기 전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행로는 악재 위에 악재가 쌓이고 있던 터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말 세금 미납 의혹에 휩싸였다. 이어 1차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끊임없이 바이든 후보의 말에 끼어들어 거센 비난을 받았다.
결국 바이든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은 날이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이하 현지시간) NBC와 공동으로 9월 30일~10월 1일 미전역의 유권자 800명을 상대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이날 공개했다. 해당 조사에서 바이든의 지지율은 53%,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39%를 기록했다. 격차가 무려 14%포인트다.
이번 조사는 대선 1차 TV토론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 판정 발표 전에 실시된 것이다. 한달 전 같은 조사에서 양 후보 간 격차가 8%포인트였던 것을 고려하면 놀라운 변화다.
◆'선거인단' 29명 플로리다에 공들이는 바이든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악재로 인한 반사이익을 톡톡히 보고 있다. 함께 TV 토론을 하면서 바이든 후보 역시 감염됐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2회 검사에서 모두 음성 결과를 받아들었다. 바이든 후보는 연설을 통해 방역 수칙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선거 유세를 진행하고 있다.
바이든 후보는 지난 2일 연설에서 마스크 착용을 재차 강조했다. 연설에서 "이것(트럼프 대통령의 감염)은 정치의 문제가 아니며 우리가 코로나19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다시 알려주는 사안이다"라면서 "과학을 따르고 전문가들의 말을 따라 손을 씻고, 사회적 거리를 두며,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고 모두가 쓰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전국적으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어 워싱턴대학교의 과학자들이 향후 100일간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쓴다면 10만명 이상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면서 마스크 착용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바이든 후보는 또 "애국을 하고 싶다면 마스크를 쓰라"면서 "터프 가이(강한 남자)가 되는 게 문제가 아니라 당신 자신과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는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남성성을 내세우며 마스크를 하지 않았던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하는 듯한 발언이었다.
바이든 후보는 남은 한달을 격전지 공략에 쓸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특히 선거인단이 29명에 달하는 플로리다주에 많은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플로리다는 역대 미국 대선의 가장 치열한 격전지 중 하나였다.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을 5% 포인트 차이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팜비치 포스트는 전했다.
폴리티코는 바이든 캠프의 플로리다 공략 전략은 6페이지에 달하는 메모에서 잘 드러난다고 전했다. 전략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부족한 대응이 공공보건과 경제 위기를 불러왔으며, 방역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 현 정부를 비판할 예정이다. 이어 1800만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면서, 플로리다 지역의 소상공인 지원책들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코로나19로 거주 안정을 위협받는 이들에 대한 지원책과 더불어 80만이 넘는 플로리다 주민들이 자동으로 저소득층 의료보장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오바마케어를 실시하는 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플로리다주는 전통적으로 공화당 지지자들이 많은 지역으로 코로나19 확진에도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의 인기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정책과 쿠바 정책을 지지하는 쿠바계 미국인들의 지지율이 높다고 폴리티코는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플로리다 지역에서의 우세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와 노력을 들였다. 이미 9월에만 2차례 방문했을 정도다. 지난 2일에도 다시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확진으로 현실화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플로리다는 여전히 격전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노스플로리다 대학교의 여론조사연구소(Public Opinion Research Lab)의 마이클 빈더 이사는 "만약 플로리다에서 누가 2%포인트 차 이상으로 이긴다면 그것은 대승을 거둔 것이다"라면서 "플로리다는 영원히 격전지로 남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