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국정감사] '샵메일' 결국 종료한다... "올해 사용량 예측치의 0.14% 불과해"

2020-10-04 10:51
2019년 샵메일 사용량 183만건…수요예측치의 1%에 불과
최근 5년간 가입인원보다 탈퇴인원 7만명 많아, 현재 남아있는 회원 10만명 불과
"전자문서 유통 플랫폼 샵메일에서 모바일로 전환"... 사실상 폐지 수순

정부가 2012년 '온라인 등기우편'을 표방하며 개발·보급한 '샵메일(공인전자주소)' 서비스의 이용량이 당초 수요예측의 1% 미만 수준이라는 참담한 조사결과가 나왔다. 예산낭비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자 정부는 사실상 샵메일 서비스를 종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홍정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샵메일 플랫폼을 통해 유통된 전자문서는 2018년 295만통을 최고점으로 2019년 183만통, 올해 상반기 78만통으로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샵메일 CI]

샵메일은 공인된 전자주소를 이용해 전자문서를 주고받는 공인 전자문서 유통 플랫폼이다. 메일의 송신, 수신, 열림상태 확인, 송수신 내용증명 등을 기술·법적으로 보장해 종이형태로 유통됐던 서류를 전자문서로 대체하기 위해 개발됐다.

하지만 글로벌 이메일 표준과 호환되지 않아 서비스 출범 당시부터 외부와 고립되는 '갈라파고스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관리하던 샵메일 관련 시스템은 2016년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이관받아 관리하고 있다. 2020년 현재 민간의 3개 업체가 샵메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샵메일 서비스를 관리해온 NIPA는 연구용역을 통해 사업 첫해(2012년) 2억3600만건, 사업 5년 차인 2016년에는 108억건이 유통될 것으로 예측했지만 실제 샵메일 플랫폼을 통해 유통된 전자문서는 2012년 1만4784건, 2015년 131만7524건으로, 각각 예측치의 0.00063%, 0.00157%에 불과했다.
 

[사진=홍정민 의원실 제공]

이에 NIPA는 2015년 샵메일 수요조사 2차 용역을 실시했고, 1차 용역에서 예측한 108억5400만통의 0.032%에 불과한 349만4000통이 유통될 것으로 예상치를 수정했다(2016년 기준). 하지만 2016년 실제 사용량은 230만통으로 2차 수요예측의 66%에 불과했다.

최근 샵메일 서비스는 1차 수요예측치보다 대폭 낮아진 2차 수요예측치도 채우지 못하고 있었다. 2016년 예측치의 66%였던 샵메일 유통량은 2017년 23.9%, 2018년 5.1%, 2019년 1.0%로 급감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예측치의 0.14%를 기록했다.

특히 민간영역의 샵메일 이용실적이 저조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발송된 전체 샵메일 78만1306통 중 정부나 공공기관이 발송한 샵메일이 91.2%(71만2924건)이었고, 기업은 8.7%(2만8266건)에 불과했다.

가입자 이탈도 가속화되고 있다. 2016년부터 2020년 상반기까지 샵메일 탈퇴건수는 19만5420건으로, 가입건수 12만3503건보다 7만2000여건 많았다. 2020년 상반기 기준 샵메일 서비스에 남아있는 계정은 총 10만7625개에 불과했다.
 

[사진=홍정민 의원실 제공]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샵메일 서비스를 구축한 NIPA, 현재 서비스를 운영하는 KISA는 시스템 구축과 운영비, 인건비 등으로 2015년부터 올해까지 168억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한 바 있다.

결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전자문서 유통 플랫폼을 샵메일에서 모바일 등 신규플랫폼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며 사실상 샵메일 서비스를 종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홍정민 의원은 "샵메일 서비스는 개발추진 당시부터 독자규격을 고집해 기존 이메일체계와 호환되지 않는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샵메일서비스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향후 유사한 사업 추진과정에서 사용자의 편의성과 기존 인터넷서비스와의 호환성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