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환 인천공항 사장 해임의 재구성…법인카드가 다가 아니다?
2020-09-25 10:33
인국공 사태·스카이72·로고 변경 등 잡음 계속
구본환 인천국제공항 사장이 불명예 퇴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 사장은 반박자료까지 준비해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에 참석했지만 해임건의안 통과를 막지 못했다.
감독기관인 국토교통부는 태풍 부실 대응을 해임의 주된 원인으로 꼽았지만, 그간의 매끄럽지 못한 일 처리가 그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주무부서의 항공정책실장을 거친 고위 관료 출신이자, 현 정부가 임명한 인사를 임기 중에 해임시키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발목 잡은 법인카드 결제 내역
국토부는 구 사장을 대상으로 지난 6~7월 내부감사 등을 진행한 결과, 구 사장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당일 태풍 '미탁'에 대비하라며 국감장 이석을 허용 받았음에도 바로 퇴근해 사적 모임을 가졌다고 판단했다.
구 사장은 오후 3시 30분쯤 세종시 국감장을 떠나 인천공항으로 향했는데 6시간 뒤 경기도 안양 자택 근처 식당에서 구 사장의 법인카드로 22만8000원이 사용된 것이다.
그는 "위기 대응 매뉴얼 등 관련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구 사장은 "당시 인천공항은 이미 태풍 영향권에서 벗어나 기상특보가 해제됐고 피해도 발생하지 않아 비상근무를 하지 않고 대기체제를 유지하도록 지시했다"며 "이에 따라 귀가해 지인과 식사를 했다"고 반박했다.
'직원 부당 인사'도 해임 건의 내용 중 하나
국토부가 구 사장에 대한 해임을 건의한 또 다른 이유는 '직원 인사 운영에 공정성 훼손 등 충실 의무 위반'이다. 공사 직원이 부당한 인사를 당했다고 주장하자 해당직원에 대해 직위해제를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에 나섰다. 그는 "직원이 심한 수위의 항의메일을 보내 징계를 요구한 것"이라며 "인사위원회에서 직위해제를 결정한 것으로, 인사권자의 재량"이라고 말했다.
결국 '인국공 사태' 꼬리자르기?
일각에서는 구 사장에 대한 해임이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 직원의 정규직화 정책 과정에서 촉발된 국민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꼬리자르기'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구 사장이 6월 협력업체 소속 보안검색요원 1900여명을 직접 고용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이 된 이른바 '인국공 사태'의 책임을 묻는다는 것이다.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이 아닌 직고용 방침을 세우면서 기존 정규직 직원과 공정성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서도 구 사장은 지난 16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국토부와 청와대의 당초 계획을 따랐다"며 "국토부 등에서도 연말까지 직고용을 마무리하기 원했다"고 전했다.
스카이72와 운영권 두고 마찰
이 외에도 인천국제공항을 둘러싼 잡음이 이어졌다. 수도권 최대 규모의 골프장인 스카이72 골프앤리조트의 입찰 과정도 말끔하지 못했다.
공사와 스카이72는 각각 토지소유주와 골프장 운영사로, 골프장 내 부지에 건설될 인천공항 제5활주로가 5년 후로 연기되면서 새 사업자 선정이냐 운영 연장이냐를 놓고 갈등을 벌여왔다. 급기야 국민권익위원회가 이 문제에 대해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인천공항공사는 올해로 스카이72 측과 계약이 만료되는 것을 이유로 새 사업자 입찰 조건을 공고했지만, 스카이72 측은 토지 외의 시설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소송전도 불사하고 있다. 스카이72가 추정한 지상물 및 유익비 예상 금액은 약 1570억원이다.
"치킨집 로고 같다"…CI 변경 추진 논란
최근에는 인천공항 CI 시안까지 말썽을 일으켰다. 인천국제공항은 지난 7월 불사조와 지구·한반도를 형상화한 새 CI를 공개했다. '대한민국을 닮은 불사조처럼 세계를 무대로 날아오르는 혁신 기업을 상징한다'는 의미로 알려졌다.
공사 측은 내년 개항 20주년에 맞춰 새 CI를 대외에 공표할 계획이었다. CI 교체를 하게 되면 제작비용 외에도 공항 간판, 차량·근무복 등을 교체하는 데 최소 50억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를 본 네티즌들은 "치킨 로고같다", "에어차이나 로고와 비슷하다"는 의견을 냈다.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엔 '인천공항 구본환 사장의 질주를 막아주세요'라는 글도 올라왔다.
인천공항 경영공백 불가피…구본환 소송 진행할 듯
공운위는 24일 국토부가 요청한 구본환 사장의 해임 건의안을 의결했다. 공공기관인 인천공항공사 사장의 임면권은 대통령에게 있지만, 공운위의 의견이 영향을 끼치는 만큼 결국 구 사장이 해임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인천국제공항의 경영공백도 불가피하게 됐다. 구 사장이 해임되면 부사장 대행 체제로 운영되겠지만, 주요 의사 결정은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인천국제공항은 코로나19로 악화된 경영환경 대응책, 스카이72 골프장 후속 사업자 선정, 2차례 유찰된 제4기 면세점 입찰(후속사업자 선정) 등 현안이 산적해 있다.
구 사장은 이번 의결이 위법하다고 주장하고 있어 해임 무효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소송 시점은 늦어도 연내가 유력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