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벗어난 배달 앱 마트 활개…편의점들 "내 편이 적으로"

2020-09-24 16:56
배달 매출 20% '뚝'…요기요 의존도 커진 편의점업계 발등에 불
DH 측 "초기 단계라 시행착오, 골목상권 침해하지 않을 것"
이동주 민주당 의원 "이번 국감은 플랫폼 국감, 반드시 따질 것"

"(요마트 출범 직전 일주일 대비) 이번 주 배달 매출이 약 20% 떨어졌어요.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배달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데 매우 걱정스럽습니다."

서울 강남구에서 4년째 편의점을 운영 중인 한 점주는 뚝 떨어진 매출에 난감하기만 하다. 편의점 배달의 대부분을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업체 '요기요'에 의존하고 있는데, 최근 딜리버리히어로(요기요 모회사)의 자회사 딜리버리히어로 스토어스코리아가 강남에 요마트 1호점을 내면서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요마트 인근 3㎞ 내에서 소비자들은 원하는 물품을 요기요 앱에서 구매하면 최대 30분 안에 배달 받을 수 있다.

요마트 강남점은 요기요 앱 편의점·마트 카테고리 상단 노출을 위해 광고비를 내고 있는 편의점들을 제치고 최상단에 자리잡았다. 심지어 '요마트에서는 이런 것도 배달해요'라는 코너에서 마트·편의점과 비슷한 취급 품목들을 보기 좋게 진열해 놓았다. 이 영향은 주변 편의점 매출로 직결됐다. 딜리버리히어로 스토어스코리아는 배달 수요가 높은 강남에서 요마트 1호점을 테스트한 후, 순차적으로 지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인 만큼 편의점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요기요 광고 업체들보다 더 상단에 배치된 딜리버리히어로 다크스토어 '요마트'. [사진=요기요 어플리케이션 캡처]

당초 요기요는 편의점 업계의 구세주 같은 존재였다. 편의점 출점제한 자율규약과 코로나19 사태로 자리 잡은 언택트 소비문화로 편의점은 기존점 매출을 높이기 위해 판매채널을 다양화했고, 배달 서비스는 어느새 필수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3월 BGF리테일 CU를 시작으로 편의점 6개사가 모두 요기요에 입점했다. 배달 경쟁업체 배달의민족은 'B마트'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요기요로 입점사들이 더욱 몰렸다. 

그러나, 요기요가 사실상 마트·편의점과 비슷한 상품 구색을 갖추고 상권을 침범하자 "속았다"는 반응이다. 편의점 본사들은 경쟁사 간 출점 거리를 50~100m로 제한하는 자율규약을 맺고 규제의 틀 안에서 상생을 도모하고 있는데, 규제 사각지대에 머물던 협력 업체가 최대 경쟁자로 순식간에 돌아선 셈이다.

특히, 가장 큰 문제로 편의점 배달로 취득한 요기요의 빅데이터가 요마트 운영에 활용될 가능성을 꼽았다. 현재도 편의점업계는 배달에 대한 데이터를 산업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요기요에 요청해 받아야한다. 데이터를 딜리버리히어로 측이 독식하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카드에서 CJ 올리브영 구매데이터를 받아서 롯데쇼핑이 운영하는 롭스에 제공하는 거랑 똑같은 거 아니냐"라면서 "업무상으로 취득된 정보를 자사 이익에 이용한다면 이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편의점은 자영업의 대표 산업 중 하나다. 당장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논평을 통해 "딜리버리히어로는 진정 한국의 골목시장을 초토화시킬 작정인가. 당장 유통 사업을 철수해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연합회는 "B마트는 현재 식자재, 생활용품까지 포함하여 5000여종으로 취급 품목을 확대했고, 최근에는 PB상품까지 출시한 상태"라며 "코로나19 사태로 전국의 중소상인 자영업자들이 고통받는 상황인데 유통 시장까지도 독점하겠다는 야욕을 보이고 있다"고 힐난했다.

하지만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관계자는 "초기 단계인 만큼 지켜봐달라"는 입장이다. 그는 "요기요와 요마트를 운영하는 법인이 다르기 때문에 데이터 재활용은 불가능하다"면서 "앱 상단 배너의 경우에도 향후 변경을 위해 논의하고 있으며 품목도 편의점이 취급하지 않는 획기적인 상품을 들여올 예정이며 지역상권과 협업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잘 되는 사업이 몇 가지 없고 기업들이 해당 사업으로 몰릴 수밖에 없지 않으냐"면서 "유통산업 트렌드 변화로 모든 영역에서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국정감사를 '플랫폼 국감'으로 규정하고 배달앱 불공정 문제를 캐물을 것이라 예고했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골목상권과 윈윈하는 배달 플랫폼이라고 했는데 결국은 골목상권을 잠식하려는 유통 플랫폼의 정체를 드러내고 있다"면서 "플랫폼의 가장 큰 특징이 데이터를 지적재산으로 삼고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는 건데 한번 잠식하면 브레이크가 없다. 이번 국감에서 확실히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