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적 혁신 없었다" 배터리 가격 하락 압박한 일론 머스크의 3시간 발표

2020-09-23 10:58

"파괴적이고, 긴장시킬 만한 이야기는 없었다."

22일(미국시간) 유튜브로 생중계된 테슬라의 사상 첫 '배터리 데이'를 지켜본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이같이 밝혔다. 전 세계 투자자의 이목을 집중시킨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간담회는 혁신보다는 실용적인 로드맵 발표에 방점을 뒀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배터리 데이 방송은 최대 27만명이 동시에 접속하며 시장도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일론 머스크는 기대를 모았던 전고체 배터리나 나노와이어, 장수명 배터리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2022년까지 배터리 제조비용을 56% 절감하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머스크 CEO는 "4680으로 불리는 테슬라의 새롭고 큰 원통형 배터리셀은 기존 제품 대비 5배 더 많은 에너지, 6배 더 많은 출력, 16% 더 긴 주행거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4680은 지름이 46mm 길이 80mm의 원통형 배터리를 뜻한다. 테슬라는 일본 파나소닉으로부터 2008년 1865, 2017년에는 2170 배터리를 공급받았다. 시장에서 21700이라고도 부르는 이 배터리는 국내업체인 LG화학, 삼성SDI도 생산하고 있다.

4680 배터리에 대해 업계는 기술력이 고도로 필요하지는 않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원형 배터리의 사이즈를 키우는 것이 어려운 기술이 아니다"라며 "탭리스(뚜껑이 없는 배터리) 기술은 좀 더 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코팅 실리콘 소재도 삼성SDI와 LG화학이 사용중인 기술이다. LG화학은 대주전자재료로부터 공급받아 음극재 실리콘을 쓰고 있다. 삼성SDI도 실리콘 음극재를 이용한 차세대 기술인 SCN(Silicon Carbon Nanocomposite)을 확보하고 있다. 실리콘은 기존에 음극재에 주로 쓰이는 흑연에 비해 리튬이온을 약 10배 더 담을 수 있고, 용량도 더 늘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배터리 가격 혁신을 위해 일론 머스크는 △셀 디자인 △셀 공장 △실리콘 음극재 △양극재·공정 개선 △배터리 공정 개선 등을 하겠다고 밝혔다.

전기차 가격에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40% 이상이다. 이에 배터리 가격을 낮춰서 전기차 보급 속도를 확 높이겠다는 것이 테슬라의 구상인 셈이다.

머스크 CEO는 "배터리 가격을 낮춰서 기존 모델3보다 저렴한 2만5000달러(약 2900만원)의 전기차를 만들겠다"고 했다.

2019년 기준 테슬라 배터리팩의 가격은 kWh당 약 150달러대이며, 올해는 130달러대로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56%로 가격을 절감하면 가격은 kWh당 배터리팩의 가격은 60~70달로 낮아질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는 내연기관차를 제조하는 가격보다도 저렴한 수준이다.

머스크 CEO는 배터리 내재화 로드맵도 밝혔다. 2022년까지 연간 100기가와트시(GWh), 2030년까지 3테라와트시(TWh)로 자체 양산 규모를 가져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배터리 비용절감 소식이 발표되자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주가는 하락하고 있다.
 

[사진=테슬라 유튜브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