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부터 한국 경제·외교·안보 지형 흔드는 트럼프

2024-11-27 15:05
트럼프 측 "반도체 보조금 재검토"…삼성·SK 등 사업 차질 우려
"트럼프·김정은 직접 대화 검토중"…한반도 정세 지각 변동 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사진=AP·연합뉴스]

내년 1월 20일 들어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벌써 한국 경제·외교·안보 지형을 뒤흔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측은 반도체 보조금 정책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미국 내 반도체 생산 투자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 정책에 제동을 건 것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의 사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트럼프 측은 트럼프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만나 대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어서 한반도 정세에 지각 변동이 일어날지 주목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트럼프 2기의 '정부효율부(DOGE)'를 이끌게 된 기업인 출신 비벡 라마스와미는 26일(이하 현지시간)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이 최근 반도체 생산시설 보조금을 신속히 집행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매우 부적절하다. 그들은 권력 인계를 앞두고 지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전날에도 엑스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법에 따른 낭비적 보조금이 (대통령 취임일) 1월 20일을 앞두고 빠르게 지출되고 있다”며 “이런 막판 시도를 모두 재검토하고, 감사관이 막판 계약을 면밀히 조사하도록 권고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러몬도 장관은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취임하기 전에 기업에 약속한 반도체법 지원금을 최대한 지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 바이든 행정부가 치적으로 내세우는 보조금을 이용한 반도체 생산시설 유치 정책을 되돌릴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법과 IRA 등의 산업 정책을 뒤집지 못하도록 보조금 수혜 기업과 합의를 마무리하고 관련 예산을 최대한 신속하게 집행하려고 하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상무부는 이날 인텔과 반도체 보조금 지급을 확정지었으나 지원 대상 기업 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아직 보조금을 받지 못했다.
 
북미 정상외교 재추진하나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측은 북·미 정상외교 재추진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측이 트럼프와 김정은 간의 직접 대화 추진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이날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측은 이런 새로운 외교 노력을 통해 북한과 무력 충돌 위험을 줄일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트럼프와 김정은은 2018~2019년 싱가포르와 베트남, 판문점에서 총 3차례 만난 바 있다. 트럼프가 정권 인수 단계에서 김정은과 관계 개선 검토에 들어간 점을 감안하면 내년 취임 이후 이른 시일 내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트럼프는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된 지난 7월 전당대회에서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누군가와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우리가 재집권하면 나는 그(김정은)와 잘 지낼 것”이라고 관계 복원을 자신했다.
 
그러나 김정은 역시 트럼프만큼 둘의 관계가 좋다고 생각하는지는 불확실하다. 김정은은 지난 21일 “우리는 이미 미국과 함께 협상 주로(노선)의 갈 수 있는 곳까지 다 가보았으며 결과에 확신한 것은 초대국의 공존 의지가 아니라 철저한 힘의 입장과 언제 가도 변할 수 있는 침략적이며 적대적인 대조선(대북) 정책이었다”고 말했다. 더욱이 현재 미국-러시아 관계가 냉전 이후 최저점을 찍고 있는 상황에서 김정은이 미국과 정상회담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정은은 바이든 행정부 4년 내내 북·미 대화의 문을 닫은 채 핵·미사일 고도화에 매진했다. 특히 우크라이나전쟁을 기회로 삼아 러시아를 지원해 북·러 관계를 사실상의 동맹 수준으로 격상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