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돈 정황 포착...더 멀어지는 도쿄 올림픽

2020-09-22 15:14
개최지 선정 전부터 4억원 넘게 IOC위원 아들 측에 송금
당시 도쿄 올림픽 유치위원장 "사용 내역 몰랐다"

내년 7월로 연기된 도쿄 올림픽 성사 여부를 놓고 비관론이 확산하고 있다. 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뒷돈이 오고 간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드러나 올림픽 개최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어서다.

21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2020년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개최지 결정 과정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측근이 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컨설팅 업무를 맡았던 업체로부터 검은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미국 버즈피드 뉴스, 아사히신문 등이 확보한 미국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와 프랑스 당국 자료로 확인됐다.
 

[사진=AP·연합뉴스]


당시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유치위원회(유치위)로부터 유치 관련 업무를 위탁받았던 싱가포르 업체 블랙타이딩스(BT)가 당시 IOC 위원이었던 라민 디악의 아들 파파맛사타와 그와 관련된 컨설팅 회사에 총 36만7000달러(약 4억2000만원)를 송금한 정황이 드러났다.

BT는 파파맛사타에게 세 차례에 걸쳐 15만 달러를 송금했다. 이와 별도로 앞서 파파맛사타가 구입한 고급시계 대금 명목으로 BT는 파리의 귀금속·시계점에 8만5000유로(약 1억1719만원)를 보내기도 했다. 또 BT는 파파맛사타와 관련된 회사인 PMD컨설팅의 세네갈 계좌에 21만7000달러를 보냈다.

아울러 BT는 2013년 유치위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232만5000달러를 송금받은 정황도 포착됐다.

유치위로부터 거대 자금을 받았다고 의심받는 파파맛사타의 아버지인 라민 디악이 당시 IOC 위원을 맡고 있었다는 점이 문제로 지목됐다. 라민 디악은 23015년까지 16년 가까이 IOC 위원을 역임했으며, 아프리카 등 다른 IOC 위원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림픽 유치는 IOC 위원들의 투표로 결정되기 때문에 이들의 표를 확보하기 위한 사전 물밑 작업이 치열하다. 라민 디악 역시 당시 IOC위원으로 개최지 선정에 관한 투표권이 있었다.

또 거대 자금이 흘러간 시점이 도쿄가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된 2013년 9월 7일 전후에 이뤄져 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뒷돈이 오고 갔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을 지낸 라민 디악의 아들 라민 파파맛사타[사진=로이터·연합뉴스]


그러나 당시 도쿄 올림픽 유치에 관여했던 관계자들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도쿄올림픽 유치위원장을 맡았던 다케다 쓰네카즈는 "BT에 수수료를 입금한 뒤의 일은 전혀 알지 못한다.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파파맛사타 역시 논란이 되는 송금은 다른 용도로 받은 돈으로 올림픽 유치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송금받은 돈은 BT가 2013년 모스크바 세계육상대회와 관련해 지급할 돈이 있었는데, 러시아에 계좌가 없어 자신에게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PMD컨설팅에 입금된 돈 역시 도쿄 올림픽 유치와는 관련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파파맛사타는 중국 협찬 기업으로부터 받은 자금을 외국으로 가지고 갈 수 없어서 그 돈을 BT 대표에게 건넸고, 대신 BT가 세네갈로 송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검은돈 정황이 포착되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지만,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올림픽 개최에 관해 별다른 공개 발언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산케이신문은 "스가 총리로부터 올림픽 개최에 관한 강한 결의를 듣지 못해 안타깝다"며 올림픽 개최를 위한 분위기 조성에 앞장설 것을 촉구하는 논설을 22일 지면에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