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英 한국전 참전 혈맹”…메이 “韓 코로나 모범국”(종합)

2020-09-17 00:00
코로나 이후 첫 외빈 청와대 대면 접견…“중요 외빈”
첫 방한한 메이, G20 회의 후 1년 4개월 만에 조우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 청와대에서 세계지식포럼 참석차 방한한 테리사 메이 전 영국 총리(왼쪽) 접견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방한한 테리사 메이 전 영국 총리를 접견하고 △양국 관계 발전 방안 및 경제 협력 문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공조 △기후변화 등에 대한 폭넓은 의견을 교환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55분부터 40분간 메이 전 총리와 “코로나 대응 경험을 상호 공유하고, 향후 백신·치료제 개발, 세계 경제 회복 등 코로나 종식을 위한 국제사회 노력에 양국이 건설적으로 기여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 나갈 필요성에도 공감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메이 전 총리는 영국의 제76대 총리로 영국 역사상 두 번째 여성 총리로 현재도 현역 하원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날부터 오는 18일까지 ‘팬데노믹스 : 세계 공존의 새 패러다임’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2020 세계지식포럼 참석차 한국을 처음 찾았다. 이번 접견에는 한국 측에서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박철민 외교정책비서관이, 영국 측에서는 사이먼 스미스 주한 영국대사 등이 배석했다.

문 대통령은 메이 전 총리가 현직에 재임할 당시인 2017년 9월(뉴욕 방문), 2018년 10월(유럽 순방)에 등 두 차례 한·영 정상회담으로 만난 바 있다. 지난해 5월 일본 오사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만난 뒤 1년 4개월 만에 다시 재회한 셈이다.
 
“전 세계 기후 대응 적극 참여해야”…양국, 기후변화 앞장 공감대
먼저 문 대통령은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세계지식포럼 참석차 방한하신 것을 환영한다”고 인사를 건넸다.

문 대통령은 “총리로 계실 때 다자행사 계기로 여러 번 만나서 유익한 대화를 나눴었는데, 한국에서 뵙지 못해 매우 아쉬웠다”면서 “오늘 이렇게 서울에서 뵙고 말씀을 나눌 수 있게 돼서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메이 전 총리의 최초 방한이시고, 나로서도 코로나 이후에 처음 맞이하는 아주 중요한 외빈”이라면서 “오늘 우리 모두에게 아주 특별한 의미가 있는 날”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영국은 한국전쟁에 많은 병력을 파병해 참전한 혈맹이면서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가치를 공유하는 핵심적인 파트너 국가”라면서 “특히 한국전 70주년 행사에 엘리자베스 여왕과 (보리스) 존슨 총리께서 매우 뜻깊은 영상 메시지를 보내주신 것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한국 국민들은 대한민국의 평화를 지켜준 우방국 영국의 굳건한 우의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도 우리 양국이 미래지향적인 협력을 계속해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메이 전 총리의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을 당부드린다”고 전했다.

메이 전 총리는 “이렇게 오늘 대면으로 대통령을 뵙게 될 수 있어서 기쁘다”면서 “특히나 제가 총리로 재임하는 시절 여러 번 대통령을 뵀었는데, 다시 한 번 만남을 갖게 돼 기쁘다”고 화답했다.

그는 “무엇보다 대통령님과 한국 국민들께 축하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면서 한국의 코로나 대응을 극찬했다.

그는 “한국이 세계에서 모범적으로 코로나를 현명하게 대응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오늘 이 자리를 빌려서 한국의 경험에 대해서 듣기를 희망하고, 앞으로도 어떻게 대응을 해야 되는지에 대해서도 논의해 나가고 싶다”고 했다.

메이 전 총리는 “한국과 영국의 관계는 우호협력 관계”라고 강조한 뒤 “올해가 한국전 발발의 70주년을 기념하는 해이기도 하고, 한국이 한국의 자유를 위해 희생했던 모든 사람들을 기리는 해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영국도 그런 과정에 기여할 수 있어서 굉장히 기쁘게 생각한다”고 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잊혀진 전쟁이라고 한국전을 표현하기는 하지만, 저는 결코 잊혀질 전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그 전쟁 기간 동안에 희생한 모든 사람들을 기억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메이 전 총리는 내년에 한국에서 열리는 P4G(제2차 녹색성장과 글로벌 2030을 위한 연대) 정상회의와 영국에서 열리는 제26차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우리 양국이 기후변화에 앞장서면서 전 세계가 기후 대응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文 “방역·경제, 양자택일 대상 아냐”…백신 개발 연대 필요성 언급
양측은 경제협력 상황에 대한 의견도 교환했다. 문 대통령은 “메이 의원이 총리 재임 기간 중 적극적으로 한·영 FTA(자유무역협정) 협의를 진행해 준 덕분에 지난해 한·영 FTA가 공식 서명됐다”면서 “이를 통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에도 한·영 간 관계가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양측은 코로나 대응 경험을 상호 공유하고, 향후 백신·치료제 개발, 세계 경제 회복 등 코로나 종식을 위한 국제사회 노력에 양국이 건설적으로 기여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 나갈 필요성에도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메이 전 총리는 지난 6월 영국이 주최한 ‘글로벌 백신 정상회의’에서 한국 정부가 재정 기여 확대 공약을 발표해 준 데 대해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극복을 위해서는 국제적인 연대와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서울에 본부를 둔 국제백신연구소(IVI)에 참여할 수 있도록 영국 측의 관심을 요청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방역과 경제는 양자택일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방역과 경제를 조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화, 디지털화, 그린 경제로의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 양국의 협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메이 전 총리도 이에 공감을 표하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경제 회복이 지속 가능하고, 친환경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화답했다.

또한 양측은 과학기술 등 분야에서 양국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활용해 AI(인공지능), 기후기술 등 미래 유망 분야 협력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마련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양국에서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눴다. 한국에선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영국에서는 리암 폭스 전 국제무역장관이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문 대통령은 “WTO 사무총장 후보로 양국이 모두 경쟁력 있는 인사를 지명했고, 두 후보 모두 사무총장으로서 다자무역체제 강화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믿는다”고 하자, 메이 전 총리는 “향후 WTO가 국제규범에 기반한 자유무역질서와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경제회복에 더 큰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양측은 브렉시트, G7(주요 7개국), 방산 협력, 한국판 뉴딜 정책 등 상호 관심사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강 대변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