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ELS 발행시장 부진…연초 대비 3분의 1수준 '뚝'

2020-09-14 00:10
주요국 증시 코로나19 이전 수준 회복에도 ELS 발행 부진 이어져
"손실 충격에 투자자 외면·당국 규제 때문…일부 종목 조정도 영향"


국내 증시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유가증권 시장과 코스닥 시장 모두 추가 상승했지만 주가연계증권(ELS) 시장은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13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월평균 6조원가량 발행됐던 ELS시장은 3분의1가량 줄어든 상태다.

월별로는 올해 들어 지난 1월과 2월에는 각각 6조8000억원, 7조원이 발행됐으나 3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급락하면서 '마진콜(추가 증거금 납부요구)' 사태가 발생하며 급격히 위축돼 3조900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이후 4월과 5월 각각 2조1000억원, 1조4000억원으로 감소한 이후 6월부터는 매월 2조원 수준으로 발행되고 있다. 이달 들어서는 지난 10일까지 총 1조1000억원 규모로 발행됐지만 6~8월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면 3월 코로나19 팬데믹 선언 이후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빠른 속도로 반등해 ELS 기초자산으로 활용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를 비롯해 코스피200 지수는 연초 고점대를 넘어섰지만 전체 발행 규모는 좀처럼 늘지 못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대규모 손실 사태를 겪은 데다 금융당국의 파생결합증권 규제로 ELS 발행 규모가 과거와 같은 수준을 회복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3월과 4월 급락장에서 대규모 손실을 입으면서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은 이후 아직 후유증을 겪고 있는 모습"이라며 "지난 7월 말 금융당국의 파생결합증권 규제안을 발표해 증권사들이 예전처럼 공격적으로 ELS를 발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내놓은 '파생결합증권시장 건전화 방안'에는 증권사 건전성 제고, 레버리지비율 규제 강화 및 헤지자산 분산투자, 만기 이전 매도 기회 부여 등이 주요 내용으로 담겼다. 당초 시장에서 우려했던 발행 총량규제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이들 규제로 발행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최근 미국 증시가 조정을 겪고 있는 점도 ELS 발행시장 부진 지속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주식형 ELS 발행이 증가하기 시작했는데, 테슬라 등 최근 시장에서 주목을 많이 받은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한 ELS 발행이 늘어 자칫 급락 시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에 발행된 국내 및 해외 주식형 ELS 중 테슬라와 애플, 넷플릭스 등을 비롯해 삼성전자와 아모레퍼시픽 등이 기초자산 상위 5개 종목으로 집계됐다.

정 연구원은 "미국 증시가 조정을 심하게 받고 있는데 조정이 길어지거나 테슬라에 '녹인(원금손실)'이 발생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ELS 발행시장에 또다시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며 "지수형 ELS의 경우 과거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저점 수준까지 떨어져도 녹인 발생 가능성이 크지 않지만 개별 종목 중에서도 미국 IT 관련주는 급등한 상황이기 때문에 자칫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