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철도청 부활하나…국토부, '코레일-SR-철도공단 통합' 용역 착수
2020-09-08 13:54
"연이은 대형사고…운영사만 통합해서 해결될 일 아니다"
더 싸고 빠르게 '경영 효율화' vs 안전하게 '공공성' 재격돌
더 싸고 빠르게 '경영 효율화' vs 안전하게 '공공성' 재격돌
중단됐던 ‘철도통합’ 논의가 코레일과 SR, 철도공단까지 하나로 묶는 방안으로 궤도를 틀었다. 기존에 철도운영사(SR-코레일)만 합치려던 계획으로는 연이은 안전사고 등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건설 및 관리사(철도공단)까지 한 기관으로 단일화해야 한다는 논리다.
8일 본지 취재 결과, 국토교통부는 오는 11월 한국철도공사와 SR(수서고속철도), 한국철도시설공단 통합과 관련한 '철도산업구조개편 연구용역'을 발주한다.
이는 2018년 6월부터 추진하다가 이듬해 10월에 중단한 ‘코레일-SR’ 통합 연구용역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조치다.
文 대통령 대선 공약, 다시 심판대로
용역이 중단된 이유는 강릉선 KTX 탈선과 오송역 단전 등 한달 새 10여건의 각종 사고가 잇따르면서 감사원 공식감사를 받게 된 국토부가 철도기관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이를 수용해 국토부는 코레일과 SR뿐 아니라 철도공단까지 통합하는 내용으로 연구용역을 진행한 후 용역 결과를 제4차 철도산업기본계획(2021~2025)에 반영키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대형사고가 터지면서 단순히 운영사만 통합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결론이 있었고, 모든 철도기관을 아우르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레일은 설계상 오류를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고속철도를 운영했고, 2018년 12월 8일 오전 7시 35분경 강릉역발 서울행 KTX가 강릉-영동 분기점에서 탈선했다.
이번 코레일-SR-철도공단 통합 연구용역에 따라 2004년 해체된 철도청과 2016년에 분리된 SR이 다시 하나로 모일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코레일-철도공단 통합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시설관리와 유지보수를 분리한 탓에 철도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며 추진하겠다고 못 박은 공약이다.
'더 싸고 더 빠르게'라는 명목의 경영 효율화 및 경쟁체계와, 안전과 공공성이라는 가치가 철도사에 재등장한 셈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 어떤 방향이 정해졌다고 말하기에는 상당히 이른 시점"이라면서도 "이르면 내년 (용역) 결과가 나올 거고, 향후 수립된 기본계획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정치논리일 뿐 연구용역은 허울"
통합 실효성에 관해서는 찬반이 분분하다. 오영식 전 코레일 사장은 2018년 국정감사에서 "코레일과 SR을 통합하면 하루에 열차 52회를 추가 운행할 수 있고 연간 3100억원 이상의 수익이 증가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고수익 노선을 SR에 넘기고 정작 차량과 역사 유지관리 업무는 코레일이 맡는 '억지 경쟁' 탓에 오히려 경영 비효율이 발생했다는 얘기다.
SR 측에서는 경쟁체제를 도입했기 때문에 SRT 요금이 KTX 대비 10% 저렴하게 책정될 수 있었고, 2017년 기준 SRT 이용객 1946만명이 1000억원의 고속철도 이용료를 절감했다고 반박했다.
또 SRT가 개통하자 코레일 측에서 특실 개선과 스마트폰 예매 앱 개선, 마일리지 제도, 객차 내 전원 콘센트 설치 등 서비스 고도화를 추진했다며 ‘메기효과’를 강조하기도 했다.
한국철도협회원이자 A 대형건설사 인프라부문 기술자문위원은 "통합 찬반은 연구용역에서 밝힐 일이겠으나, 정부 성향에 따라 기관을 합치고 나누는 등 불필요한 지출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만약 연구용역이나 전문가의 진단이 정부 입맛에 영향을 받지 않고 객관적이었다면 코레일과 SR, 철도공단을 나누기로 한 앞선 결과는 뭐라고 설명해야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