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투입·관치 투자 논란…뉴딜펀드 첫발부터 삐그덕

2020-09-06 19:00
손실땐 최소 10% 가량 세금으로 보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판 뉴딜 금융지원 방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추진 중인 ‘한국판 뉴딜’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권은 정책에는 공감하지만, 투자 과정에서 금융사의 자율성을 보장해 '관치 펀드'가 아닌 순수 투자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뉴딜 펀드' 성공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 지배적이다.

전체적인 방향성에 공감하고 인프라 투자의 문턱을 낮췄다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반복되는 관제정책으로 끝날 것이라는 지적과 성공(수익률, 흥행) 여부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뉴딜 펀드 혈세 투입 우려
금융당국은 정부가 국가발전전략으로 제시한 '한국판 뉴딜'을 지원하기 위해 20조원의 정책형 뉴딜펀드를 조성하고 170조원의 금융지원 방안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향후 5년간 5대 금융지주가 70조원의 부담을 지고 메리츠금융그룹(4조원) 등 다른 금융 그룹도 추가로 지원할 계획이다. 나머지 100조원은 정책금융을 통해 조성된다.

이번 정책의 핵심은 20조원의 뉴딜 펀드다. 이 펀드는 강력한 세제 혜택을 통해 '공모 뉴딜 인프라펀드'를 유도하기로 하는 등 국민참여형으로 진행된다. 정부와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이 모펀드를 조성한 후 일반 국민들의 자금을 자펀드로 매칭하는 방식이다. 투자금은 공공부문이 7조원, 민간이 13조원이다.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위해 정부는 투자금액 2억원 이내 배당소득에 대해 9% 저율 분리과세를 적용하는 강력한 세제 혜택을 마련했다. 수익률은 애초 3%대가 거론됐지만 1% 후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뉴딜 펀드에 사실상 원금보장 기능이 담기면서 세금으로 투자손실을 보전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우선적인 손실 부담 비율은 10% 수준을 기본으로 할 것"이라며 "다만, 추가적인 리스크 부담이 필요하면 7조원 정책자금 범위 내에서 구체적인 리스크 분담 비율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담 비율의 차이는 있지만 결국 손실이 나면 최소 10%가량 국민의 혈세가 들어간다는 점은 분명하다. 일각에서는 뉴딜 펀드 성공에 대한 의구심이 크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펀드의 성공은 높은 수익률과 높은 경쟁률인데 뉴딜 펀드는 성공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세금 투입에 대한 부담으로 손실 가능성이 낮은 곳을 찾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수익률과 경쟁률 모두 낮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딜 지원 '관치' 아닌 '투자'여야

주요 금융사들은 정부 정책에 떠밀리듯 한국판 뉴딜 관련 기업 투자와 여신 지원을 늘리기로 했다. 신한금융이 뉴딜·혁신성장 분야에 5년 동안 28조5000억원의 대출‧투자를 지원하기로 하는 등 5대 금융 그룹이 약 70조원을 부담하기로 했다. 이외 금융 그룹도 메리츠금융지주(4조원)를 시작으로 미래에셋금융그룹, 한국투자금융그룹 등도 뉴딜을 지원한다.

적극적인 지원을 위해 규제 완화도 진행한다. 금융당국은 이들 금융회사가 뉴딜 분야 투자, 대출, 펀드 모집을 제약하는 건전성 규제를 합리적으로 조정해나가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정부 정책에 금융사가 '관치'로 동원 됐다는 우려가 있다. 이번 '뉴딜 투자'도 과거부터 반복됐던 '쭉정이'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과거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금융사들의 기업 투자와 여신 지원을 '관치' 개념이 아닌 순수 '투자'개념으로 보고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입맛에 맞춰 투자처를 정하게 되면 금융사에 리스크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위기기업에 대한 유동성 지원(대출만기 연장, 이자 상환 유예 등)뿐만 아니라, 기간산업안정기금, 증시안정 기금 등에 더불어 한국형 뉴딜 펀드까지 참여하게 되면 금융권 경영환경에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무조건 투자를 강요하기보단, 사업에 대한 충분한 설득 과정이 필요하고 투자 과정에서도 일정 수준의 자율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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