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이 미래다’ 화학업계, 친환경 소재 개발에 올인
2020-09-04 11:00
롯데케미칼·효성티앤씨·휴비스 등 재활용 소재로 주도권 확보 경쟁
국내 화학업체들이 기후변화 위기에 맞서 재활용 소재 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주요국의 환경보호 규제 영향으로 고속성장 중인 친환경 소재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이유도 크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최근 국내 최초로 화장품·식품 용기에 적용할 수 있는 '재생 폴리프로필렌(RCR-PP)' 소재 개발에 성공했다.
이 소재는 사용 후 재활용할 수 있는 플라스틱 리사이클 원료를 30% 또는 50% 함유한 소재다. 해당 소재로 플라스틱 용기를 만들 경우 재활용을 훨씬 원활히 할 수 있는 셈이다. 롯데케미칼은 해당 소재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인증을 획득했으며, 올해 4분기부터 시중에 공급할 예정이다.
효성티앤씨도 지난 1일 세계 1위 아웃도어 백팩 브랜드인 '오스프리(OSPREY)'에 친환경 섬유 소재를 공급했다고 밝히며 글로벌 친환경 섬유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효성티앤씨는 친환경 섬유소재 '마이판 리젠 로빅(MIPAN®regen robic)'을 자체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오스프리는 내년 봄 이 소재를 적용한 백팩을 조만간 출시할 예정이다.
마이판 리젠 로빅은 친환경 나일론 고강력사로 섬유 제품 생산단계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재활용해 만든 친환경 소재다. 효성티앤씨 측은 일반 나일론 섬유를 대체해 마리판 리젠 로빅을 1kg 생산할 때마다 이산화탄소(CO2) 6~7kg 상당의 온실가스 절감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휴비스도 지난달 친환경 폴리에스터(PET) 발포 소재 '에코펫'으로 산업용 완충재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휴비스는 지난 달 24일 충북 청주시에 에코펫 완충재 생산설비 공장을 완공했다.
에코펫은 PET 단일 소재로 완충재로 활용한 후 재활용이 쉽다. 기존 산업용 완충재로 활용되는 폴리우레탄, 폴리스티렌, 폴리에틸렌 소재가 재활용이 어려운 것과 큰 차이다.
SK케미칼도 유리를 대체할 재활용 플라스틱 등 친환경 소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재활용 페트병을 활용한 화장품 용기 신소재 '에코트리아'를 선보인 이후 생산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2월에는 100% 바이오 원료를 기반으로 만든 친환경 신소재 'PO3G' 설비에 착공했다.
이 같이 국내 유수의 화학기업이 비슷한 시기 친환경 소재 개발에 도전하고 있는 것은 글로벌 주요국이 환경 보호를 이유로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은 내년부터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수입품에 탄소세를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를 도입할 계획이다.
아울러 유럽연합(EU)는 플라스틱 포장재 재활용 비중을 2025년까지 55%, 2030년까지 100%로 늘릴 계획이다. 일본도 2030년까지 플라스틱 재활용 비중을 60%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규제에 발맞춰 글로벌 기업도 경영방침을 확정했다. 세계 최대 화장품 업체인 로레알은 2030년까지 제품 포장을 위한 플라스틱에 100% 재생원료를 쓰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오스프리도 지난해 친환경적이면서도 강도가 높은 제품을 만들어 달라고 효성티앤씨 등 소재업체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소재 시장은 최근 연평균 10% 안팎으로 고속 성장하고 있으며 2025년에는 주력 시장이 될 것"이라며 "지금부터 소재 개발 기술을 축적해야 향후 경쟁에서 밀려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