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2020 GGGF] 장하오위 비전고 CTO “AI 기술 개발, ‘사람’에 집중해야”
2020-09-04 01:00
97년생 젊은 창업자 장하오위... '노인 낙상방지 시스템' 개발하고 비전고 창업
"밤을 새워도 기뻐... 중국인 이란 이유로 어려움도 겪어"
"AI가 인류에 도움 줄 것이라고 생각이 회사의 개발 방향"
"밤을 새워도 기뻐... 중국인 이란 이유로 어려움도 겪어"
"AI가 인류에 도움 줄 것이라고 생각이 회사의 개발 방향"
전라남도 무안군 노인복지센터는 지난해 ‘노인 낙상방지 시스템’ 체험관을 운영했다. 사람이 쓰러지거나 넘어지면 동작을 분석해 센터나 사회복지사에 알림을 전송하는 인공지능(AI) 카메라를 통한 시스템이다. 이 카메라는 화면에 인식되는 인물이 자의로 몸을 쓰러뜨린 것인지, 실수나 신체 변화에 의해 쓰러진 것인지를 판단하는 ‘똑똑한 카메라’다. 이를 개발한 회사는 ‘비전고’. 설립된 지 이제 막 3개월이 된 스타트업이다.
더 놀라운 건 비전고를 설립한 공동창업자 중 몇몇은 주링허우(90後·90년대생) 중국인이라는 점이다. 장하오위(張昊宇) 최고기술경영자(CTO)도 그중 하나다. 1997년생인 그는 2016년 한국으로 건너왔다. 현재는 한양대학교 컴퓨터소프트웨어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대학생이다. 재학 중 알게 된 교수, 선후배와 함께 전남 목포시 ‘전라남도혁신박람회’에 참여했고, 이후 성과를 바탕으로 ‘비전고’를 설립했다.
어린 나이에 타지에서 창업을 하기까지 어려움도 많았고, 지금도 걸핏하면 밤을 새우기 일쑤지만 이 모든 게 기쁘다고 말하는 장 CTO가 생각하는 AI의 역할과 미래는 무엇일까.
"지난해 목포시에서 열린 2019전라남도혁신박람회에 참여한 게 계기가 됐다. 당시 박람회 참가를 먼저 결정했던 학교 선배와 교수님이 ‘낙상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겠냐고 요청했고, 4시간여 만에, 프로그램의 데모(demo)를 만들어 줬다. 나중에 들어보니 교수님과 선배는 이미 카이스트 등 여러 곳에 개발을 문의했다가 거절당했다고 한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내게 물었던 것인데, 하루도 안돼 프로그램 데모를 줘 너무 고마웠다고 한다. 이 일을 계기로 박람회 준비를 함께 하게 됐고, 현장에서 생각보다 낙상 방지 카메라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걸 알게 됐다. 게다가 최근 한국뿐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고령화가 심각한 문제지 않냐. 전망도 밝을 것이란 생각에 바로 창업 준비에 뛰어들었고, 지난 6월 초 ‘비전고’를 설립했다.
-대표 제품은.
"스마트 빌리지 AI 카메라는 농촌지역 농업폐기물, 생활쓰레기 처리 편의를 위해 개발한 제품이다. 무안군 군청 관계자들의 폐비닐하우스 처리와, 밭과 길가 등 아무 곳에나 버려지는 쓰레기 관리가 어렵다는 의견에서 착안했다. 드론으로 파악한 쓰레기 있는 위치가 앱에 표시되는 방식으로, 관리자들이 쓰레기를 찾아다녀야 하는 수고가 덜어진다."
-어려움은 없었나.
"공동창업자인 교수님이 한국인이라 창업 과정 중 큰 어려움은 없었다. 그런데 창업 후 부품 협력업체를 찾는 과정에서 중국인이란 이유로 우려를 샀다. 최근 화웨이나 틱톡 등 중국 기업들이 ‘백도어(전산망에 침투해 정보를 빼돌리는 장비)’ 관련 이슈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비전고는 ‘메이드 인 코리아’다. 이 점을 강조했다. 또 사생활 침해 등 문제를 피하기 위해 제품을 적외선 열화상 카메라로 바꿨다. 모자이크 형식의 화면 처리는 사생활 보호 기능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이런 노력과 열정, 또 뛰어난 기술 역량을 인정한 업체들이 우리를 믿어주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
"한국을 베이스로 회사를 성장시킨 후, 중국과 세계 무대 진출을 꿈꾸고 있다. 중국 시장은 매우 크지만 아직까지 많은 중국인들은 한국의 기술이 중국보다 낫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 자리를 잡은 이유 중 하나다. 한국에서 인증을 받는다면 그 다음 단계인 중국 시장과 세계 시장 진출은 더 수월할 것이다."
◇AI란 무엇일까
-AI는 앞으로 우리 일상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테슬라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말한 ‘AI가 모든 인력을 대체할 것’이라는 말에 일정 부분 동의한다. AI는 창의성을 제외한 모든 노동력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AI를 적대시해선 안된다. 인간 중심으로 개발된 AI는 인류에 도움을 줄 것이다."
"비전고의 개발 방향이기도 하다. 비전고는 노인 낙상 방지 시스템을 필두로 노인 돌봄 복합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고령화로 노인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이런 시스템은 미래에 없어서는 안되는 제품이 될 것이다."
"동작 분석 AI 기술은 사람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제품으로 탄생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흡연 자세를 식별해 흡연자에게 흡연 경고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제품, 해수욕장에서 물에 빠진 이들을 카메라만으로 구분해 안전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제품 등이다."
-한국과 중국의 AI 기술 차이는.
"최근 중국은 AI 분야에서 매우 빠른 성장을 거두고 있다. 한국과도 꽤 차이가 벌어진 걸로 알고 있다. 한국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AI인력 부족이다. 해당 분야의 우수 인재는 졸업 후 대부분 대기업으로의 취업을 희망한다. 모든 AI 역량이 대기업에 집중되면서 중소업체 발전이 더디고, 경쟁도 약한 편이다."
"반면 중국은 AI 분야의 인재가 워낙 많아 인재간 경쟁이 치열할 뿐 아니라 중소기업으로의 취직도 활발하다. 그렇게 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선의의 경쟁 분위기가 형성된다. 이런 분위기는 전체 업계의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