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일본 경제] ②갈림길에 선 '아베노믹스'...폐기냐 유지냐

2020-09-03 07:22
아베 총리, 경제 실패 뒤로하고 퇴진
차기 총리 정책에 달린 일본 경제

이제 관심은 '포스트 아베'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전격 사임하면서 새로 임명될 총리 어깨가 무겁다. 인위적인 경기 부양책에 의존하지 않고 구조개혁을 통해 일본 경제를 구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받아들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코로나19 충격에 고꾸라진 일본 경제를 다시 살려야 한다는 과제까지 떠안았다.
 

(왼쪽부터)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 기시다 후미오 현 자민당 정조회장[사진=EPA·연합뉴스]


경제 전문가들은 차기 총리가 기존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에서 이탈하려는 신호를 내비치는 순간 엔화 강세,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베 총리가 갑작스럽게 사임 의사를 밝혔는데도 일본 증시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는 건 차기 총리가 아베노믹스를 계승할 것이란 기대감이 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BNP파리바증권의 고노 류타로 이코노미스트는 "(차기 총리가 누가 되든지 간에) 확장 재정과 일본은행(BOJ)의 완화적인 금융 정책 기조에는 어떤 변화도 없을 것"이라며 아베노믹스의 연속성을 점쳤다.

다만 이미 무너진 일본 경제를 회복시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달 민간 경제 전문가 22명을 대상으로 향후 일본 경제에 관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22명의 경제 전문가 가운데 9명은 2024년에야 일본 경제가 2019년 3분기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2년을 회복 시점으로 전망한 전문가가 6명으로 뒤를 이었다. 2025년을 예상한 전문가도 3명이었다.

코로나19 확산이 경제 위축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어 아베 후임 총리의 부담은 훨씬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팬데믹 상황이 계속되면서 경제 활동 상당 부분이 멈춘 데다 최대한 접촉을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 이동과 수요가 줄면서 부양을 하더라도 소비가 증가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즈호 증권의 순스케 고바야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아베 총리의 사임 여부와는 상관없이 부양의 도구들이 더는 통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일본 총리실과도 의견을 교환하는 일본 경제전문가 폴 셰어드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수석연구원 역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일본 경제가 다시 불황에 빠져 만성 디플레이션이 될 위험성이 높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