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펀드'로 이름을 날린 국내 1세대 P2P(온라인투자연계) 금융업체 팝펀딩이 폐업 조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팝펀딩만의 문제는 아니다. 금융당국의 P2P업계 전수조사 결과, 외부 회계법인으로부터 영업 '적정 의견'을 받은 업체는 전체의 30%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팝펀딩은 지난 6월 1일 금융감독원에 폐업신고를 했으며, 8월 4일 최종 폐업 조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폐업 신고는 특별히 수리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어서 신고일로 사실상 폐업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2000년대 중반 설립된 팝펀딩은 국내 1세대 P2P업체로, 기존 제도 금융권에서 잘 다루지 않는 동산담보 대출을 주력으로 취급해 왔다. 2012년과 2017년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의 후원금 조달을 위해 '문재인 펀드'를 만들어 이름을 날렸다.

지난해 11월에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이 업체를 방문해 '금융혁신'이라고 치켜세우며 주목받았다. 하지만 이 회사 대표를 포함한 핵심 관계자 3명이 550억원의 투자금을 돌려막기한 혐의로 지난 7월 구속기소되면서 투자자들은 사실상 돈을 날리게 됐다.

폐업하는 P2P업체는 늘어날 전망이다. 이날 금감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총 237개 업체 중 당국의 감사보고서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은 업체는 113곳에 달했다. 이 가운데 8개사는 폐업신고를 했으며, 나머지 105개사는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았다.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업체 중 외부 회계법인으로부터 대출채권에 문제가 없다는 '적정의견'을 받은 곳은 78개사에 불과했다.

앞서 금감원은 최근 가짜 대출채권을 만들어 투자금을 횡령하는 등의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자, 채권이 실제로 존재하는지를 회계법인 감사를 받아 보고서로 제출하라고 업계에 요구했다. 70%에 달하는 업체가 자사의 대출 채권이 존재하는지조차 제대로 밝히지 않은 셈이다.

78개사가 감사보고서를 제출했으나, 업계는 많아야 20개사 정도만 당국 등록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영업을 하기 위해선 자본금 요건 및 인적·물적 인프라를 갖춰야 하는데, 자본잠식 상태인 회사가 많은 탓이다. 당국은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업체나 향후 등록 신청을 한 업체 중 요건에 미달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대부업 전환 또는 폐업을 유도할 계획이다.

20개 미만 업체만 등록이 가능하다고 가정할 경우, 최대 1조원에 이르는 투자잔액이 미등록 업체에 물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P2P금융 통계업체 미드레이트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업계 대출(투자)잔액은 2조3000억원이며, 이 가운데 상위 10~15개사의 잔액은 1조3000억~1조4000억원 수준이다.

지난달 27일 시행된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온투법)'에 따라 P2P업체는 내년 8월 말까지 당국에 등록을 마친 곳만 합법적으로 영업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