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일자리 이상과 현실] ② 디지털 역량 강화가 우선, 일자리 통계만 챙기면 안돼
2020-08-27 08:00
단기 알바보다는 산업이 필요한 디지털 인재 양성과 프로그램 연계 절실
디지털 뉴딜을 통해 90만3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초기 부터 일자리 상황판을 통해 일자리 수를 늘리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이번에도 일자리는 숫자로 말하겠다는 게 정부의 생각인 셈이다.
다만, 기술 경쟁력을 키우고 지속가능한 기술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숫자보다는 질 높은 정책 추진이 앞서야 한다는 게 일자리 전문가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통계에만 몰입할 경우, 정작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일자리를 창출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진다.
최근 행정안전부는 '공공데티어 청년 인턴십'에 참가할 대상자 8950명을 선발했다. 컴퓨터 및 엑셀 활용 등 기본지식 정보화 역량을 보유하고 소정의 교육을 이수하면 수행 가능한 업무에 대상자들이 배치된다.
다만, 이들이 실제 수행하는 업무는 단순 데이터 라벨링 작업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디지털 뉴딜 사업의 핵심이 되는 빅데이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본이 되는 하위 데이터들을 선별해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특히, 인공지능(AI) 산업에는 이런 디지털 라벨링이 필수적이다.
AI 산업에 적용해야 하는 ‘학습 데이터’를 구축하기 위한 과정으로, 데이터 라벨링은 컴퓨터가 파악할 수 있도록 비정형 데이터를 가공하는 작업이다.
이렇다 보니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 없고 기본적인 컴퓨터 작업 능력만 갖추더라도 일자리를 얻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실제 청년들에게는 디지털 라벨링 작업이 경력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더구나 이런 일자리가 일자리 숫자를 늘릴 수는 있어도 청년들이 오랜 기간 몸담고 일을 할 수 있는 비전을 갖췄다고 보기도 어렵다.
한 취업준비생은 "당장 필요한 아르바이트 자리는 될지언정, 실제 취업에 필요한 경력으로는 가치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취업과 산업에 필요한 디지털 일자리 창출이 절실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민간경제연구원 한 관계자는 "디지털 뉴딜의 근본은 당연히 데이터이고, 이 데이터를 잘 관리해야 활용도가 높아진다"며 "다만, 데이터 라벨링 등 초보적인 일자리에서 시작해 단계적으로 자신의 경력을 키워나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연계시키거나 경력을 키워나갈 수 있는 업무를 맡길 수 있는 일자리 구조를 구축하지 않는다면, 일자리를 만들어도 외면받을 수 있고 그저 통계를 위한 일자리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산업계가 어떤 디지털 인재를 원하는 지부터 더 면밀하게 살펴야 할 것"이라며 "글로벌 시장의 흐름은 따르되, 너무 빨라서도 안되고 너무 늦어서도 안되는 만큼 시장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국민이 챙길 수 있는 일자리 분야를 발굴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