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 전쟁'은 저커버그의 큰 그림?..."페북, 中 재진출 실패에 복수"

2020-08-24 18:20
'페북, 틱톡 추락에 방긋'...中 재진출 실패 후 로비 급증
틱톡 '콕' 집어 강조...美 위협 中 기술기업 제재 설파해 와

최근 미·중 틱톡 전쟁이 과거 중국 시장 진출에 실패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의 복수전일 수 있다는 의혹이 나왔다. 세계 최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인 페이스북이 중국산 SNS이자 강력한 경쟁자인 틱톡의 시장 퇴출을 위해 배후에서 미국 정치권을 상대로 거대한 로비를 이어왔다는 것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사진=AP·연합뉴스]

 
틱톡 '콕' 집어 강조...美 위협 中 기술기업 제재 설파해 와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적어도 작년부터 미국 정치권을 대상으로 틱톡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주장을 몰래 설파해 왔다고 보도했다.

저커버그는 작년 하반기 무렵부터 대중 강연을 비롯해 정치권 인사들과의 만남에서 "틱톡이 표현의 자유를 준수하지 않고 있으며 미국의 가치와 기술패권을 위협한다"고 주장해 왔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대표적으로 저커버그가 작년 10월 미국 조지타운대에서 'SNS 플랫폼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주제로 연설했던 일을 꼽으며 "이날 강연의 숨겨진 진짜 주제는 틱톡 부상이 미국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작년 9월부터 정치권에 대한 저커버그의 로비 움직임이 포착되기도 한다.

지난해 9월 저커버그는 톰 코튼 공화당 상원의원과 대중(對中) 강경파로 알려진 조쉬 하울리 상원의원과 각각 만나 틱톡을 주제로 대화하며 "미국 기업은 중국에서 사업을 할 수 없는 반면, 미국 정부가 틱톡을 비롯한 중국 기업의 사업을 허용해주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후 같은 해 10월 톰 코튼 의원은 민주당 상원대표인 척 슈머 상원의원과 함께 정보당국 관계자에게 틱톡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고 실제 정부 역시 틱톡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지 여부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조쉬 하울리 의원 역시 같은 달 청문회에서 "틱톡이 미국 어린이들의 개인정보를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작년 10월 말 저커버그는 백악관에서 열린 비공개 만찬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에게 "중국 인터넷기업의 급부상은 미국 기업을 위협하며, 미국 당국이 이를 페이스북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보다 더욱 심각하게 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사진=EPA·연합뉴스]

 
'페북, 틱톡 추락에 방긋'...中 재진출 실패 후 로비활동 급증
WSJ은 저커버그의 정치적 행보가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틱톡 제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정확히 판단하긴 어렵지만, 정황상 페이스북의 중국시장 진출 실패 이후 급격히 증대한 로비 활동이 저커버그를 가리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비영리 연구단체인 책임정치센터에 따르면 작년엔 8위에 불과했던 페이스북의 상반기 로비 지출액은 올해 1위로 뛰어올랐다. 이 당시부터 페이스북은 '아메리칸 엣지'(미국의 우위)라는 로비단체를 설립해 미국 기술기업들의 미국 경제·국가안보·문화적 영향력에 대한 기여를 광고해온 탓이다.

아울러 지난 2009년 중국 정부가 자국 내 SNS 서비스 차단 조치를 시행하면서 중국시장에서 철수한 페이스북은 2016년 3월 중국 재진출을 위해 저커버그가 직접 나섰다.

당시 그는 중국 베이징의 천안문 앞 도로를 마스크 없이 스모그 낀 조깅하고 중국어를 구사하며 중국계 미국인 아내 프리실라 챈을 내세워 중국과의 유대감을 강조했다.

이후 설립 작업을 시작한 페이스북 중국 자회사는 2018년 7월 초 설립 완성단계에서 돌연 허가가 취소되며 무위로 돌아간다. 매체는 이 이후부터 저커버그가 중국 정부와 기술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생겼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특히 WSJ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빠르게 성장하며 세계 최대 SNS 플랫폼의 자리를 넘보던 틱톡의 추락으로 가장 큰 반사이익을 얻는 곳이 바로 페이스북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WSJ는 과거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 등 강력한 신생 경쟁 플랫폼을 웃돈을 주며 인수해 경쟁의 싹을 잘랐지만, 기술기업들의 반독점 문제가 떠오른 지금 상황에서 페이스북은 틱톡을 인수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앞서 21일 FT 역시 사설을 통해 "최근 페이스북이 반독점 의혹에 휘말리지만 않았다면, 업계가 추정하는 최고 인수가인 450억 달러를 넘게 줘서라도 틱톡을 인수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설은 "90일이라는 틱톡 매각 기한동안 페이스북은 틱톡을 따라한 서비스인 '릴'을 자리잡게 하고, 사람들은 다시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으로 돌아올 것"이라면서 "누가 틱톡을 구입하든 저커버그가 진정한 승자로 부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 2016년 3월 중국 베이징 자금성 앞에서 조깅 중인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사진=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