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녀석들' 대박 비결? "TV와 유튜브, OTT 넘나드는 다채널 전략"

2020-08-23 11:28
[인터뷰] 이준호 iHQ 콘텐츠사업팀장
TV 단일 프로그램 중 유튜브 100만·넷플릭스 첫 입성 '이례적'
"시청자와 접점 생기면 언제든 새로운 플랫폼 찾아가야"

[iHQ에서 제작 중인 예능 프로그램 맛있는녀석들. 사진=iHQ 제공]

최근 인기를 끄는 '먹방' 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사로잡는 프로그램이 있다. 코미디TV의 예능 프로그램 '맛있는 녀석들(맛녀석들)'이다. 맛녀석들이 2015년 이후 5년간 멤버 교체 없이 꾸준히 사랑을 받게 된 TV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은 비결은 정작 TV가 아닌 유튜브와 모바일콘텐츠플랫폼(OTT)에 있다.

맛녀석들은 단일 TV 프로그램으로는 찾기 힘든 기록을 두루 갖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유튜브 구독자 100만명을 달성했다. 유튜브 구독자 100만 달성은 지상파 TV 프로그램에서도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3월 맛녀석들은 넷플릭스에 입성했다. 단일 프로그램으로 넷플릭스와 공급계약을 맺은 것은 국내에선 맛녀석들이 처음이다.

23일 iHQ 사옥을 방문해 이준호 iHQ 콘텐츠사업팀장에게 맛녀석들 대박 비결을 물었다. 이 팀장은 맛녀석들의 콘텐츠 플랫폼 전략을 맡은 인물이다. 맛녀석들은 아예 TV에서 본방송 시작과 동시에 유튜브에서도 라이브로 생중계를 시작했다. 시청률 경쟁에 민감한 케이블TV 방송사로서는 모험에 가까운 일이었다.

이 때문에 처음에는 프로그램 IP(지식재산권)가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에 종속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이 많았다고 이 팀장은 회상했다. 이 팀장은 "시청자에게 보이지 않는 프로그램은 의미가 없고, 유튜브라는 시청자를 만날 새로운 접점이 생긴건데 도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유튜브가 처음부터 반응이 좋았던 건 아니었다. 이 팀장은 그런데도 꾸준히 콘텐츠를 올렸다. 어느덧 맛녀석들의 팬들인 '맛둥이'들이 채널에 하나둘 찾아오기 시작했다. 이 팀장은 "스트리밍에 최소 2000명씩은 꾸준히 접속하며 팬들끼리 댓글로 소통했다"며 "덕분에 프로그램 충성도가 올라가고 역으로 TV 시청률에도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유튜브 '맛집'으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자 맛녀석들 제작진은 아예 유튜브 전용 콘텐츠를 따로 제작해 올리기 시작했다. '관차알카메라'는 촬영 현장 뒷이야기나 촬영 전후 출연진의 모습을 솔직하게 담은 영상이다. 현재 댄스에 도전하는 개그맨 문세윤의 '오늘부터 댄스뚱', 개그맨 유민상의 'JOB룡20끼' 등 다양한 스핀오프 프로그램도 현재 유튜브에서만 볼 수 있는 콘텐츠다.

이 팀장은 제작진도 기존 TV 문법을 버리고 철저히 유튜브 감성에 따라 콘텐츠를 제작한 것도 성공요인으로 꼽는다. 그는 "유튜브만의 호흡을 잘 아는 담당자가 자율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한 것이 지금의 맛녀석들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iHQ는 최근 또 다른 미디어 플랫폼 등장에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진행 중이다. 내달 샌드박스네트워크와 공동으로 케이블TV 채널을 론칭할 예정이다. 미디어 커머스 시장이 커질 것에 대비해 맛녀석 브랜드를 활용한 온라인 쇼핑몰도 열었다.

이 팀장은 TV에 안주하지 않았던 것처럼 '포스트 유튜브' 이후 생길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에 언제든 뛰어들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준호 iHQ 콘텐츠사업팀장. 사진=차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