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녀석들' 대박 비결은? "TV와 유튜브, OTT 넘나드는 다채널 전략"(종합)

2020-08-23 11:57
[인터뷰] 이준호 iHQ 콘텐츠사업팀장
TV 단일 프로그램 중 유튜브 100만·넷플릭스 첫 입성 '이례적'
"시청자와 접점 생기면 언제든 새로운 플랫폼 찾아가야"

[코메디TV에서 방송 중인 맛있는녀석들.]

아프리카TV부터 유튜브, TV까지 점령한 '먹방(먹는 방송)' 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사로잡는 프로그램이 있다. 코미디TV의 예능 프로그램 '맛있는 녀석들(맛녀석들)'이다. 맛녀석들이 2015년 이후 5년 간 멤버 교체없이 꾸준히 사랑을 받게 된 TV 프로그램으로 자리한 비결은 정작 TV가 아닌 유튜브와 모바일콘텐츠플랫폼(OTT)에 있다.

맛녀석들은 단일 TV 프로그램으로는 찾기 힘든 기록을 두루 갖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유튜브 구독자 100만명을 달성했다. 유튜브 구독자 100만 달성은 지상파 TV 프로그램에서도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3월 맛녀석들은 넷플릭스에 입성했다. 단일 프로그램으로 넷플릭스와 공급계약을 맺은 것은 국내에선 맛녀석들이 처음이다. 현재 왓챠와 웨이브, 티빙, 시즌 등 국내 주요 OTT에서 모두 볼 수 있다.

아주경제는 지난 4일 iHQ 사옥을 방문해 이준호 iHQ 콘텐츠사업팀장에게 맛녀석들 대박 비결을 물었다. 이 팀장은 맛녀석들의 콘텐츠 플랫폼 전략을 맡은 인물이다. 지난해 맛녀석들의 이전 방송분 전체를 유튜브에서 편집없이 24시간 송출하는 '사골 스트리밍'을 하자는 아이디어를 낸 것도 그였다. 맛녀석들은 아예 TV에서 본방송 시작과 동시에 유튜브에서도 라이브로 생중계를 시작했다. 시청률 경쟁에 민감한 케이블TV 방송사로서는 모험에 가까운 일이었다.
 

이준호 iHQ 콘텐츠사업팀장. [사진=차현아 기자]

"유튜브는 새로운 시청자와의 접점...꾸준하게 두드리니 열렸다"

이 때문에 처음에는 프로그램 IP(지식재산권)가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에 종속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이 많았다고 이 팀장은 회상했다. iHQ는 2010년부터 유튜브에 자사 콘텐츠를 조금씩 쪼개 올리기 시작했는데, 당시엔 유튜브용 영상을 제작하는 것 자체가 큰 투자였다. 유튜브가 iHQ에서 공략해야 할 여러 플랫폼 중 하나에 불과했던 시절이기도 했다.

이 팀장은 "이미 프로그램 수신료를 받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출이 발생하는 상황인데 새로운 플랫폼에 도전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도 있었다"며 "하지만 시청자에게 보이지 않는 프로그램은 의미가 없고, 유튜브라는 시청자를 만날 새로운 접점이 생긴건데 도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시작한 유튜브지만 처음부터 반응이 좋았던 건 아니었다. 이 팀장은 그런데도 꾸준히 콘텐츠를 올렸다. 어느 덧 맛녀석들의 팬들인 '맛둥이'들이 채널에 하나둘 찾아오기 시작했다. 이 팀장은 "스트리밍에 최소 2000명씩은 꾸준히 접속하며 팬들끼리 댓글로 소통했다"며 "덕분에 프로그램 충성도가 올라가고 역으로 TV 시청률에도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맛둥이들은 어느덧 맛녀석들의 콘텐츠 전략 수립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출연자 중 한 사람인 김민경을 주인공으로 '운동뚱'이라는 맛녀석들의 스핀오프(오리지널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새롭게 파생돼 나온 작품) 프로그램을 만들게 된 것도 "건강이 우려되는데 출연자들이 재밌게 운동하는 프로그램도 만들어주면 안 되겠냐"는 댓글이 계기가 됐다. 

유튜브 '맛집'으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자 맛녀석들 제작진은 아예 유튜브 전용 콘텐츠를 따로 제작해 올리기 시작했다. 맛녀석들은 매 회마다 음식을 먹지 못하는 멤버 1인을 선택하는 '쪼는 맛'이라는 게임을 진행한다. 여기서 선택된 1인은 딱 한 입만 먹을 기회를 얻게 된다. 해당 멤버는 국자나 수저에 음식을 탑처럼 잔뜩 쌓아 한입에 욱여넣는데, 이 모습이 프로그램의 백미로 꼽힌다. 유튜브에는 멤버 별 '한입만' 모습만 모아놓은 영상도 인기를 끈다. 

'관차알카메라'는 촬영 현장 뒷이야기나 촬영 전후 출연진의 모습을 솔직하게 담은 영상이다. 현재 댄스에 도전하는 개그맨 문세윤의 '오늘부터 댄스뚱', 개그맨 유민상의 'JOB룡20끼' 등 다양한 스핀오프 프로그램도 현재 유튜브에서만 볼 수 있는 콘텐츠다. 
 

[이달부터 공개된 맛있는녀석들의 스핀오프 프로그램인 '오늘부터 댄스뚱' 유튜브 채널 영상 갈무리.]

이 팀장은 제작진도 기존 TV 문법을 버리고 철저히 유튜브 감성에 따라 콘텐츠를 제작한 것도 성공요인으로 꼽는다. 처음에는 유튜브에 올리는 콘텐츠 모두 방송 프로그램처럼 꼼꼼히 검수과정을 거쳤다. 심지어 영상 속 맞춤법까지 검사했다.

이 팀장은 "유튜브 콘텐츠는 젊은 감각이 중요하다는 생각 때문에 나중엔 검수 작업 없이 아예 담당자 자율에 맡겼다"며 "유튜브만의 호흡을 잘 아는 담당자가 자율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한 것이 지금의 맛녀석들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새로운 플랫폼 언제든 등장할 것...변화에 대응할 준비 필요해"

이 팀장은 TV에 안주하지 않았던 것처럼 '포스트 유튜브' 이후 생길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에 언제든 뛰어들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HQ는 최근 생긴 새로운 플랫폼 모두에서 콘텐츠 실험을 진행 중이다. 틱톡도 주요 공략 플랫폼 중 하나다.

그는 "최근 생긴 플랫폼을 대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테스트를 다 해보고 있다"며 "TV가 절대적일거라 생각했지만 지금은 IPTV, 유튜브, 넷플릭스에 이르기까지 플랫폼이 다양해졌고 언제 또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할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주하지 않고 항상 변화에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콘텐츠 실험의 일환으로 이달부터 iHQ는 맛녀석들 브랜드를 활용한 온라인 쇼핑몰을 론칭했다. 주먹밥과 부대찌개까지 다양한 음식을 판매하고 있다. 콘텐츠와 쇼핑을 접목한 '미디어 커머스'가 최근 트렌드로 떠오른 데 따른 행보다.

iHQ의 실험은 또 있다. iHQ는 9월 중 MCN(다중채널네트워크)인 샌드박스네트워크와 함께 케이블TV 채널을 공동 론칭한다. 이 팀장은 TV에서도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를 볼 수 있도록 하되, 단순히 모바일 영상을 그대로 옮겨놓는 것 이상으로 TV와 모바일의 호흡을 융합한 새로운 콘텐츠 실험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초반에는 기존에 가지고 있는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활용하되, 향후 샌드박스네트워크와 오리지널 콘텐츠도 공동 제작할 계획이다.

이 팀장은 맛녀석들을 글로벌 콘텐츠로 키워 1000만 구독자를 달성한 콘텐츠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그는 "아무도 유튜브에서 맛녀석들을 모를 때 100만이라는 목표를 내걸었는데 실제로 달성했다"며 "유튜브라는 글로벌 플랫폼을 타고 전세계 시청자들이 맛녀석들을 보고 즐기는 시대도 오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