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와 전기차 배터리 업계가 글로벌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배터리 데이’를 앞두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행사에서 공개될 테슬라 전기차 배터리 신기술에 따라 업계 지형이 크게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테슬라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는 세계 1위 배터리 업체 LG화학의 지위가 위태로워질 가능성이 크다.

◆22일 테슬라 배터리 신기술 공개 유력··· 전기차 가격 대폭 낮출 방안(?)

17일 업계에 따르면 내달 22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배터리 데이를 열고 직접 회사의 배터리 신기술을 공개한다.

이 배터리는 주행거리가 100만 마일(약 160만㎞)에 달하지만, 신개념 기술로 가격도 크게 낮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실화되면 전기차 배터리 수명은 기존보다 최대 10배 증가하고, 전기차 가격은 내연기관차 수준으로 낮아진다.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전기차 배터리 3사는 행사가 열리기도 전에 피해를 보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지난 13일(현지시간) “테슬라는 배터리 데이 발표로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한국 전기차 배터리 업체 주가에는 이 영향이 반영돼 있지 않다”고 지적할 정도다.

잘나가던 국내 전기차 배터리 3사의 주가도 크게 하락했다. LG화학의 경우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75만8000원(11일)까지 올랐던 주가 사흘 만에 70만원(14일)으로 7.7%나 떨어졌다.

중국산 테슬라 전기차 ‘모델3’에 전기차 배터리를 납품하는 LG화학은 테슬라 사업 호조에 힘입어 최근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1위에 오른 바 있다. 하지만 테슬라와 이번 행사를 함께 준비하고 있는 중국 전기차 배터리 업체 CATL이 LG화학의 자리를 꿰찰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LG화학과 함께 중국산 모델3의 전기차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는 일본 파나소닉의 경우 이미 거래가 끊겼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실제 콰이커지 등 중국 매체들은 지난달 28일 청두에서 열린 모터쇼에 참석한 테슬라 관계자의 말을 인용, 이 회사가 이미 파나소닉 배터리 주문을 끊어 향후 중국산 모델3에 파나소닉 배터리가 더는 탑재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현 단계에서 LG화학 배터리는 계속 중국산 모델3에 쓰일 것이지만 가까운 시일 안에 CATL 배터리를 장착한 모델3도 속속 생산될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도 17일 내놓은 '한·중·일 배터리 삼국지와 우리의 과제' 보고서에서 "앞으로 2∼3년이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중대 고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최근 배터리 시장에서 배터리 단가 하락, 글로벌 합종연횡, 완성차 업체의 배터리 시장 진출(수직 계열화) 등의 이유로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자동차업계 시총 1위 올라서··· 국내 시장서도 빠른 성장

이뿐만 아니라 테슬라는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지형도 바꾸고 있다. 시총으로만 따지면 이미 세계 1위 완성차 업체다.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지난달 1일 2072억 달러(약 248조400억원)를 넘어서며, 그동안 왕좌를 지켜온 일본 도요타의 시총(2023억 달러)을 따돌렸다. 테슬라의 시총 1위 완성차 업체 등극은 기업공개(IPO)를 한 2010년 6월 29일 이후 약 10년 만의 일이다.

국내 전기차 시장도 휩쓸고 있다. 올해 상반기 테슬라의 국내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43%에 달한다. 테슬라는 올해 상반기 모델3를 중심으로 7080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600% 가까이 성장했다. 반면 국내 전기차 제조사들은 올 상반기 1만4500여대를 판매하며 점유율도 지난해 93%에서 올해 60% 중반까지 낮아졌다. 국내 완성차 업계가 테슬라의 행보를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테슬라 데이의 결과에 따라 향후 전기차와 배터리 업계가 크게 변화할 것”이라며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에 제대로 된 것을 보여주지 못하면 오히려 성장세가 주춤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