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앞두고 독일서 차량 돌진으로 수백 명 사상…전 세계도 충격

2024-12-22 15:33
현재까지 5명 사망, 200명 이상 부상
용의자는 50세 '반 이슬람' 사우디 정신과 의사
각국 애도와 동시에 보안 강화

21일(현지시간) 독일 마그데부르크 차량 테러 현장에서 시민들이 피해자를 추모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독일에서 차량 돌진 사고가 발생해 현재까지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21일(이하 현지시간) AP, 유로뉴스 등 외신들에 따르면 전날 밤 독일 베를린 서쪽에 있는 도시 마그데부르크에서 운전자가 크리스마스 마켓(장터)이 열리고 있는 곳에 검은색 BMW 차량을 몰고 돌진한 가운데 9살 남자아이를 포함해 5명이 사망하고 2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부상자 중 41명은 중태에 빠진 가운데 현지 당국은 앞으로 사망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번 사고의 용의자는 독일에서 2006년부터 지낸 탈렙 A(50)라는 이름의 사우디 정신과 의사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현지 경찰은 그를 사고 현장 근처에서 체포하고 조사 중이다. 구체적인 범행 동기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용의자는 지난 수년간 온라인상에서 이슬람 혐오 콘텐츠를 공유해왔다고 유로뉴스는 전했다.

용의자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탈렙 알 압둘모센'이라는 이름의 소셜미디어 엑스 계정 핸들(사용자 이름)에는 '독일은 유럽의 이슬람화를 바란다', '독일은 사우디아라비아 여성 망명 신청자들의 삶을 파괴하기 위해 독일 안팎에서 그들을 추적하고 있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독일에 망명을 신청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을 돕는 온라인 플랫폼을 설립하기도 한 용의자는 지난 2019년 독일 매체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 인터뷰에서는 자신을 "역사상 가장 공격적인 이슬람 비평가"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BBC에 따르면 1974년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태어난 용의자는 이슬람 신정일치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자신의 무신론적 의견을 표현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독일로 망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그는 독일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지지를 표하면서 서방의 극우 세력에 동조하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이슬람 급진주의자들의 테러와는 다른 종류의 사고에 전 세계도 긴장한 모습이다.

독일 테러 전문가 피터 노이만 영국 킹스칼리지 국제급진주의연구소(ICSR) 소장은 "'이 일'을 25년간 해왔지만 이보다 더 놀랄 만한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동독에 살고 있는 사우디 출신의 50세 전 무슬림이 AfD를 좋아하고 이슬람주의자들에 대한 관용을 이유로 독일을 처벌하기를 원한다"며 "이러한 경우는 나의 레이더(조사 대상)에 없었다"고 전했다.

각국은 이번 사고의 피해자들에게 애도를 표함과 동시에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보안을 강화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은 독일 국민에게 가장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전했고, 미국 NBC에 따르면 뉴욕 경찰은 뉴욕 전역에서 열리고 있는 크리스마스 마켓에 보안 인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독일 인접국인 네덜란드도 높은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