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백에도 쓰였다? 전세계 25명 사망…무서운 '질산암모늄'의 실체

2020-08-06 09:38

[사진=연합뉴스/로히터]

알면 알수록 무서운 물질이다. 100여 명의 사망자를 낸 '질산암모늄' 말이다. 

5일 오후 조용하던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항구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처음에는 대형 화재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2차 폭발이 일어났고, 핵폭탄을 연상케하는 버섯구름까지 만들며 주변 건물과 차량 그리고 사람까지 날려버렸다. 이날 폭발로 135명이 사망했고 5000명이 넘는 사람이 부상을 입었다. 하산 디아브 레바논 총리는 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항구 창고에는 약 2750톤 질산암모늄이 아무런 안전 조치 없이 6년간 보관돼있었다"고 밝혔다. 

질산암모늄은 질산을 암모니아로 중화해 생성되는 화합물로, 비료로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고온, 밀폐용기, 가연성 물질과 닿으면 쉽게 폭발하는 성질을 지녀 폭탄 원료로도 사용되고 있다. 

이미 질산암모늄으로 인한 폭발 사고는 여러 차례 있었다.

1995년 미국 오클라호마시티에서 티모시 맥베이는 2년 전 텍사스에서 집단자살한 사교집단 다윗파에 대한 연방정부의 불만족스러운 처리에 불만을 갖고 연방정부 건물에 폭탄을 설치해 폭파시켰다. 당시 168명이 사망하고 680여 명이 다쳤다. 당시 그는 2200kg이 넘는 질산암모늄 비료가 실린 트럭을 주차장에 세워둔 후 빠져나왔고, 기폭장치를 통해 폭발시켰다. 

2004년 평안북도 룡천군 룡천역에서 질산암모늄이 실린 기차에 노후된 전선의 불꽃이 튀면서 폭발했다. 이 폭발은 현장에 10여m 깊이의 구덩이가 파이게 만들었고, 주변 건물이 붕괴돼 54명이 사망하고 1249명이 부상을 입은 큰 사건이었다. 
 

웨스트 비료농장 폭발 사고 [사진=연합뉴스/ AP/앤디 바티]

2013년 4월 17일 미국 텍사스주 웨스트에 소재한 한 비료 공장에서 대규모 폭발이 일어나 15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다쳤다. AP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해당 공장에서는 물과 접촉하는 순간 폭발하는 무수 암모니아와 질산을 결합해 비료 재료인 질산암모늄을 생산했다. 당시 공장에는 무수 암모니아가 24톤 저장돼있었고, 화재가 난 상황에서 화재진압을 위해 소방대원이 물을 뿌리는 순간 큰 폭발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된다는 보도가 나왔었다. 

일본 자동차 에어백 제조업체인 타카타는 질산암모늄을 이용한 에어백으로 사람들이 목숨을 잃으면서 '살인 에어백'이라는 불명예를 앉게 됐다. 타카타 측은 에어백에 순간적으로 공기를 불어넣기 위해 질산암모늄을 사용했는데, 높은 열과 습도를 견디지 못하고 폭발하는 사고가 잇따라 일어나 세계적으로 보고된 사망자 수만 25명에 달하며 부상자는 수백 명에 이른다. 지난 1월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은 타카타 앞좌석 에어백 공기주입기 교체를 위한 14개 업체, 1000만 대 차량을 리콜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타카타는 에어백 결함 사태로 지난 2017년 6월 파산해 중국 닝보 조이슨 일렉트릭에 매각된 후 조이슨 세이프티 시스템스로 사명을 변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