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제약업계, 3000억 ‘치매 치료제’ 시장 지키기 소송…분위기는 '흐림’

2020-07-29 18:05
치매 환자 제외하고 처방할 경우 본인부담 30%→80% 높아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약업계가 치매 치료제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이하 콜린제제)’ 3000억원 시장을 지키기 위해 소송을 예고했으나,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아 보인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콜린제제를 판매하는 제약사 소속 법무팀 관계자들은 이날 오전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모여 소송 참여 여부를 논의했다.

앞서 정부는 치매 치료제로 쓰이는 콜린제제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축소했다. 지난달 1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통해 치매 이외의 환자들이 콜린제제를 사용할 경우 본인부담률을 기존 30%에서 80%까지 올리기로 결정했다. 이어 지난 24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이를 의결하고, 오는 8월부터 적용키로 했다.

콜린제제는 치매환자를 포함해 기억력저하 및 정서불안, 자극과민성, 노인성 가성우울증 등을 앓는 환자에게 쓰인다. △뇌혈관 결손에 의한 2차 증상 및 변성 또는 퇴행성 뇌기질성 정신증후군 △감정 및 행동변화 △노인성 가성우울증 등 3개의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콜린제제는 치매를 포함해 기타 인지기능 개선 효과의 근거가 미미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고령 환자들에게 치매 예방 명목으로 무분별하게 처방돼 건강보험 재정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문제가 함께 제기됐다.

제약업계는 콜린제제 시장의 축소를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콜린제제 처방 규모는 약 3525억원을 기록했으나, 이 중 치매환자에 대한 처방액은 600억원(17%) 수준에 불과했다. 2900억원가량을 치매 이외의 환자에게 처방했으나, 본인부담률이 80%까지 높아질 경우 이 시장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고령 환자의 한달 약값이 기존 9000원에서 2만5000원으로 급증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제약업계는 행정소송을 통해 공동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콜린제제는 134개 제약사가 255개 품목을 생산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모든 제약사가 소송에 참여하지는 않는다. 콜린제제는 종근당과 대웅바이오 등 대형제약사가 시장에서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

향후 전망은 긍정적이지 않다. 제약사들은 행정소송에서 해당 급여기준 고시 가처분 신청과 취소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것이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소송이 시간벌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식약처가 지시한 임상재평가 역시 제약사에게는 부담이다. 앞서 식약처는 콜린제제 약물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다시 검증하도록 재평가를 지시했다.

제약사가 주장하는 것처럼 콜린제제가 치매 이외의 다른 적응증에도 실제로 효과가 있다면 임상시험을 통해 이를 직접 증명하라는 것이다. 때문에 제약사들은 올해 12월 23일까지 임상시험 실시 여부를 식약처에 알리고, 임상시험 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만약 임상시험을 하지 않거나, 임상시험에서 제약사들이 주장하는 효과를 확인하지 못하면 아예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임상재평가를 통해 콜린제제의 효과를 입증하지 못하면 그야말로 더 큰 문제가 닥쳐올 수 있다”며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진다 하더라도 최종 판결에서 패소할 경우 건강보험공단이 소송 기간 동안 지급했던 급여비용을 환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