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동남아 OTT 시장의 극적인 변화... 한국 OTT 업계에 시사점은?
2020-07-28 00:05
김조한 뉴 아이디 사업개발 이사 기고
동남아 모바일 동영상 플랫폼(OTT) 시장이 빠르게 개편되고 있다. 저마다 넷플릭스 대항마라 외치던 동남아 3대 로컬 OTT가 변화의 시기를 맞이했다.
공교롭게도 세 회사 모두 2015년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가장 먼저 등장했던 소니와 워너 미디어의 '훅(HOOQ)'이 지난 4월 말 가장 먼저 문을 닫았다. 두 번째로 등장했던 '아이플릭스(iFlix)'도 현금이 떨어져 회사의 문을 닫는다는 이야기가 계속 들려왔다.
콘텐츠는 사용자를 가장 쉽게 모을 수 있는 서비스다. 훅은 800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보유한 플랫폼이다. 한국 인구의 1.5배 수준의 이용자를 모을 수 있다는 점만 봐도 동남아 영상 콘텐츠 시장이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곳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텐센트는 왜 아이플릭스를 인수했을까? 텐센트는 게임과 위챗으로 한국에 잘 알려져 있지만, 중국에서 10억 인구가 사용하는 동영상 플랫폼을 가지고 있는 점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의 넷플릭스라 불리는 '아이치이'와 마찬가지로 많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으며, 한한령 이전에는 아이치이와 함께 한국 콘텐츠를 가장 많이 사는 회사 중 하나였다. 그런 텐센트가 아시아 동영상 콘텐츠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기 위해 훅 다음으로 많은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고, 한국 콘텐츠와 로컬 콘텐츠 비중이 적절하게 섞여 있으며, 최근 AVOD(광고형 비디오 서비스)로 전환해 많은 사용자를 확보한 아이플릭스를 인수했다. 텐센트 입장에서 현재 돈을 많이 벌지 못하더라도, 아시아 시장 공략이라는 측면에서 좋은 매물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동남아 3대 OTT 중 가장 늦게 시작했고, 지금도 사업을 유지하고 있는 뷰(Viu)는 한국 콘텐츠를 활용해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90%에 달하는 높은 한국 콘텐츠 비중, 한국 방송 후 몇 시간 이내에 빠르게 콘텐츠를 추가하는 콘텐츠 동시 서비스 등이 뷰의 핵심 경쟁력이다.
많은 이들이 국내 OTT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려면 넷플릭스와 싸워 이겨야 한다고 얘기한다. 그러는 동안 정작 중국 OTT는 조용히 글로벌 시장 진출에 나섰다. 아이치이는 조용히 글로벌 OTT 'IQ.COM'을 시작했다. IQ.COM의 핵심 경쟁력은 500여개에 달하는 오리지널 콘텐츠와 SBS '편의점 샛별이', MBC '저녁 같이 드실래요' 같은 한국 콘텐츠다. 이렇게 다양한 콘텐츠를 광고만 보면 시청할 수 있는 AVOD 방식으로 유통하며 조용히 세를 불리고 있다. 차별화된 사용자경험(UX)도 눈에 띈다. 예를 들어 '저녁 같이 드실래요'는 9개 국어 자막과 웹 기반 사용자환경을 통해 전 세계 이용자에게 제공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해 자막 비용 정도는 얼마든지 투자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IQ.COM은 구독형 서비스로 이용할 수 있지만, 이와 동시에 광고를 통해 대부분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 중국 내수 시장을 토대로 강력한 콘텐츠 구매력도 보유하고 있다. 콘텐츠 배급사 입장에서 넷플릭스 다음으로 고려해야 할 큰 고객일 수밖에 없다. 넷플릭스가 OTT 업계의 가장 강력한 공룡이지만, 공룡은 결코 넷플릭스만 있는 게 아니다. 한국 OTT와 콘텐츠 업체는 진정으로 싸워야 할 공룡이 누구인지 파악하는 것부터 중요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