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반도' 이정현 "독립영화? 상업영화 성공 후 돌아가고파"
2020-07-22 06:00
도무지 쉬운 게 없었다. 데뷔작 '꽃잎'부터 영화 '파란만장' '범죄소년'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명량' '군함도'에 이르기까지. 배우 이정현(40)은 언제나 치열하고 절박한 인물을 연기해왔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는 스크린을 압도했고 작품마다 그의 캐릭터를 깊게 새겨넣었다.
지난 15일 개봉한 영화 '반도'(감독 연상호)도 그의 필모그래피를 이어가는 작품이다.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한 '부산행' 사건 후 4년 뒤 대한민국의 모습을 담은 국내 최초 포스트 아포칼립스 테마의 액션 블록버스터.
코로나 사태 후 처음으로 개봉한 블록버스터영화로 국내는 물론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국내에서는 지난 15일 35만 2926의 관객을 동원하며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고 21일에는 올해 첫 200만 관객 동원으로 영화계 활력을 불어넣었다.
해외에서도 기대가 크다. 극장 영업을 중단했던 싱가포르의 극장들이 '반도'를 시작으로 재개장을 시작했다. 이어 대만, 홍콩, 말레이시아에서도 개봉한다. 8월 7일에는 미국·캐나다 전역 150개 스크린에서 상영된다.
"코로나 시국에 (영화 '반도'가) 그나마 활력을 준 것 같아서 기뻤어요. 워낙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관객들이 찾아주실까 걱정했는데 극장을 많이 찾아주셔서 감사했어요."
영화 '반도'는 지난 2016년 개봉해 국내서 천만 관객을 동원하고 전 세계 9270만 달러(한화 1115억 원)의 수익을 낸 '부산행'의 속편이다. 전 세계 'K-좀비' 열풍을 일으킨 작품으로 배우들에게도 속편 출연은 부담감이 컸을 터.
"저는 부담보다 기쁜 마음이 더 크더라고요. 연상호 감독님께 연락이 왔다니! 애니메이션 하실 때부터 정말 팬이었고 '부산행'도 워낙 좋아하던 터라 연상호 감독님의 작품은 무조건 출연해야겠다는 마음이었어요."
극 중 이정현이 맡은 민정 역은 폐허의 땅에서 들개가 된 생존자다. 좀비와 631부대의 습격으로부터 두 딸을 지키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인물. 반도에서 탈출할 마지막 기회를 잡기 위해 목숨까지 걸어본다.
"연기할 때 감독님들을 많이 괴롭히는 편이에요. 캐릭터에 관해 집요하게 물어보죠. 연상호 감독님께도 민정에 관해 많이 물었고 민정과 두 딸에 대한 서사를 만들어놓았어요. 영화 오프닝에서 정석(강동원 분)과 만났던 제 딸아이는 유진(이예원 분)이고 준이(이레 분)는 631부대에서 만나 딸을 삼은 아이라고 설정했어요. 두 아이 다 제 친딸처럼 키웠다는 설정이죠."
결혼 후 '엄마' 역을 맡게 된 이정현은 연기적으로도 변화를 느낀다고 고백했다.
"결혼 후 '엄마' 역을 맡았을 때 아무래도 이해의 폭은 달라지죠. 결혼한 뒤 제가 정말 많이 바뀌었거든요. 연기에도 더 집중할 수 있고요. 제 편이자 동반자가 생기니 마음이 놓이고 집중력도 높아지는 것 같아요. 모성애 부분도 납득이 갔고요. 제가 조카가 8명이 있는데 자식처럼 키우고 돌봤거든요."
좀비 그리고 631부대와 치열한 전쟁을 벌이며 사는 '들개' 같은 생존자로 민정은 필사적인 액션을 익혀야 했다. 그는 촬영 전 미리 액션 스쿨을 찾아가 액션을 연습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제가 액션 연기는 처음이거든요. 감독님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무작정 액션 스쿨을 갔어요. '보통 뭘 시키나요?' 관장님께 묻고 구르기부터 맨손 액션까지 몇 달을 열심히 준비했죠. 그런데 막상 현장에 가니 단순한 동작만 시키시더라고요. 하하하."
불필요한 장면은 찍지 않는다는 연상호 감독은 민정의 이미지부터 액션신 등을 머릿속에 그려놓고 있는 그대로 찍어냈다. 불필요한 액션을 거듭해 시키지 않아 부상의 염려도 없었다고.
"신기한 게 동작 몇개만 찍고 이어붙였는데 엄청 강해보이는 거예요. 보통 액션이 길어지다가 다치기 마련인데. 정말 딱 필요한 것만 찍고 쓰시더라고요. 캐릭터도 마찬가지였어요. 의상 피팅이나 분장도 한 번에 OK가 났죠. 감독님께서 치밀하게 프리 프로덕션을 마치셨구나 싶었어요. 모든 일이 일사천리라 마음도 편했죠."
어느새 연기 경력 24년 차지만 액션은 처음이었던 이정현은 그린 매트에서의 모든 촬영이 낯설고 신기하기만 했다고.
"시나리오를 읽고 '이건 어떻게 찍는 거지?' 궁금했는데 전부 그린 매트에서 찍더라고요. 시스템이 정말 신기했어요. 그린 매트에서 연기하고 나중에 모니터를 보니 CG가 합쳐지더라고요. 이런 건 처음이라 그냥 전부 신기했어요."
생존을 위해 총을 다루는 민정을 위해 총 쏘는 자세 등을 코치 받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자세 등을 코치 받았어요. 촬영장에서는 항상 총과 함께였죠. 예전에 '군함도' 찍을 때는 5kg를 메고 다녔는데 이번엔 2kg이라서 가볍게 쓸 수 있었죠."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로 폭발적인 연기력을 보여준 이정현은 2014년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독립영화로 촬영이며 상영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함께 인내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한 덕에 그해 많은 관객이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를 볼 수 있었다. 이후 이정현은 '명량' '군함도' 등 이른바 '텐트폴 영화'에 연이어 출연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일각에서는 "다시 독립영화는 찍지 않느냐"며 아쉬움도 비치고 있는 상황.
"블록버스터 영화를 찍고 그 작품이 잘 돼야 독립영화도 도움을 얻지 않을까 생각해요. 독립영화를 찍을 때, 상업 영화 배우가 출연하면 투자금이 두 배는 뛰더라고요. 1억 받을 거 2억을 받아 넉넉하게 찍을 수도 있고. 독립영화가 더 풍족하게 촬영할 수 있도록 돕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이정현의 폭발적인 연기력은 영화 '꽃잎'부터 시작됐다. 당시 18살이었던 그는 폭력의 역사에 미쳐버린 소녀 역을 맡아 소름 끼치는 열연을 펼쳤고, 영화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그땐 연기를 배운 적이 없어서 정말 미쳐있었어요. 감독님이 정말 무서웠는데, 첫 촬영을 마치고 '누가 저런 걸 뽑았냐'고 소리치고 욕을 해서 겁을 먹었던 기억이 나요. 그냥 정말 미친 여자처럼 굴었던 것 같아요."
영화 '꽃잎'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지만, 미성년자였던 그가 맡을 수 있는 배역은 한정적이었다. 많은 작품과 배역을 놓치고 시간을 보내던 그는 박찬욱 감독과 인연으로 다시 영화계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성인이 되면 다시 연기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가수 활동을 하며 이미지가 강했던 탓인지 공포 영화만 제안이 들어오더라고요. 그것도 귀신 역할! 해외에서 활동하면서 계속 한국 작품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는데 박찬욱 감독님께서 영화 '파란만장' 출연을 제안해주셨어요. 이후 그 작품을 보고 '범죄소년'이며 '명량' 등이 캐스팅되었던 거고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도 감독님이 아니었다면 미처 만나지 못했을 거예요. 정말 감사한 분이죠. 제가 영화를 다시 찍을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자신감을 찾아주신 분이에요. 사실 많이 포기하고 있었거든요."
영화 그리고 연기에 대한 이정현의 열정은 남달랐다. 박찬욱 감독의 도움 없인 영화계로 돌아오지 못했을 거라며 "다시 사랑하는 연기"를 할 수 있음에 그저 감사하다는 뜻을 비쳤다.
영화 '반도'는 영화와 연기를 사랑하는 이정현에게 더 많은 길을 내어줄 전망이다. 코로나 시국에도 흥행 가도를 달리며 매일 신기록을 깨고 있기 때문. 이정현에게 "흥행 공약"을 하나 부탁하자 그는 고민 끝에 "너무 앞서가는 것 같다"며 웃었다.
"공약을 고민해 봤었어요. 그런데 배우들끼리도 '너무 앞서가는 거 아니냐'면서 분위기가 좋아지면 다시 말을 맞춰보자고 했어요. 극장 분위기가 다시 좋아진다면 배우들끼리 '공약' 거리를 찾아올게요!"
지난 15일 개봉한 영화 '반도'(감독 연상호)도 그의 필모그래피를 이어가는 작품이다.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한 '부산행' 사건 후 4년 뒤 대한민국의 모습을 담은 국내 최초 포스트 아포칼립스 테마의 액션 블록버스터.
코로나 사태 후 처음으로 개봉한 블록버스터영화로 국내는 물론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국내에서는 지난 15일 35만 2926의 관객을 동원하며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고 21일에는 올해 첫 200만 관객 동원으로 영화계 활력을 불어넣었다.
해외에서도 기대가 크다. 극장 영업을 중단했던 싱가포르의 극장들이 '반도'를 시작으로 재개장을 시작했다. 이어 대만, 홍콩, 말레이시아에서도 개봉한다. 8월 7일에는 미국·캐나다 전역 150개 스크린에서 상영된다.
"코로나 시국에 (영화 '반도'가) 그나마 활력을 준 것 같아서 기뻤어요. 워낙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관객들이 찾아주실까 걱정했는데 극장을 많이 찾아주셔서 감사했어요."
영화 '반도'는 지난 2016년 개봉해 국내서 천만 관객을 동원하고 전 세계 9270만 달러(한화 1115억 원)의 수익을 낸 '부산행'의 속편이다. 전 세계 'K-좀비' 열풍을 일으킨 작품으로 배우들에게도 속편 출연은 부담감이 컸을 터.
"저는 부담보다 기쁜 마음이 더 크더라고요. 연상호 감독님께 연락이 왔다니! 애니메이션 하실 때부터 정말 팬이었고 '부산행'도 워낙 좋아하던 터라 연상호 감독님의 작품은 무조건 출연해야겠다는 마음이었어요."
"연기할 때 감독님들을 많이 괴롭히는 편이에요. 캐릭터에 관해 집요하게 물어보죠. 연상호 감독님께도 민정에 관해 많이 물었고 민정과 두 딸에 대한 서사를 만들어놓았어요. 영화 오프닝에서 정석(강동원 분)과 만났던 제 딸아이는 유진(이예원 분)이고 준이(이레 분)는 631부대에서 만나 딸을 삼은 아이라고 설정했어요. 두 아이 다 제 친딸처럼 키웠다는 설정이죠."
결혼 후 '엄마' 역을 맡게 된 이정현은 연기적으로도 변화를 느낀다고 고백했다.
"결혼 후 '엄마' 역을 맡았을 때 아무래도 이해의 폭은 달라지죠. 결혼한 뒤 제가 정말 많이 바뀌었거든요. 연기에도 더 집중할 수 있고요. 제 편이자 동반자가 생기니 마음이 놓이고 집중력도 높아지는 것 같아요. 모성애 부분도 납득이 갔고요. 제가 조카가 8명이 있는데 자식처럼 키우고 돌봤거든요."
좀비 그리고 631부대와 치열한 전쟁을 벌이며 사는 '들개' 같은 생존자로 민정은 필사적인 액션을 익혀야 했다. 그는 촬영 전 미리 액션 스쿨을 찾아가 액션을 연습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제가 액션 연기는 처음이거든요. 감독님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무작정 액션 스쿨을 갔어요. '보통 뭘 시키나요?' 관장님께 묻고 구르기부터 맨손 액션까지 몇 달을 열심히 준비했죠. 그런데 막상 현장에 가니 단순한 동작만 시키시더라고요. 하하하."
불필요한 장면은 찍지 않는다는 연상호 감독은 민정의 이미지부터 액션신 등을 머릿속에 그려놓고 있는 그대로 찍어냈다. 불필요한 액션을 거듭해 시키지 않아 부상의 염려도 없었다고.
"신기한 게 동작 몇개만 찍고 이어붙였는데 엄청 강해보이는 거예요. 보통 액션이 길어지다가 다치기 마련인데. 정말 딱 필요한 것만 찍고 쓰시더라고요. 캐릭터도 마찬가지였어요. 의상 피팅이나 분장도 한 번에 OK가 났죠. 감독님께서 치밀하게 프리 프로덕션을 마치셨구나 싶었어요. 모든 일이 일사천리라 마음도 편했죠."
어느새 연기 경력 24년 차지만 액션은 처음이었던 이정현은 그린 매트에서의 모든 촬영이 낯설고 신기하기만 했다고.
"시나리오를 읽고 '이건 어떻게 찍는 거지?' 궁금했는데 전부 그린 매트에서 찍더라고요. 시스템이 정말 신기했어요. 그린 매트에서 연기하고 나중에 모니터를 보니 CG가 합쳐지더라고요. 이런 건 처음이라 그냥 전부 신기했어요."
생존을 위해 총을 다루는 민정을 위해 총 쏘는 자세 등을 코치 받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자세 등을 코치 받았어요. 촬영장에서는 항상 총과 함께였죠. 예전에 '군함도' 찍을 때는 5kg를 메고 다녔는데 이번엔 2kg이라서 가볍게 쓸 수 있었죠."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로 폭발적인 연기력을 보여준 이정현은 2014년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독립영화로 촬영이며 상영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함께 인내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한 덕에 그해 많은 관객이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를 볼 수 있었다. 이후 이정현은 '명량' '군함도' 등 이른바 '텐트폴 영화'에 연이어 출연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일각에서는 "다시 독립영화는 찍지 않느냐"며 아쉬움도 비치고 있는 상황.
"블록버스터 영화를 찍고 그 작품이 잘 돼야 독립영화도 도움을 얻지 않을까 생각해요. 독립영화를 찍을 때, 상업 영화 배우가 출연하면 투자금이 두 배는 뛰더라고요. 1억 받을 거 2억을 받아 넉넉하게 찍을 수도 있고. 독립영화가 더 풍족하게 촬영할 수 있도록 돕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이정현의 폭발적인 연기력은 영화 '꽃잎'부터 시작됐다. 당시 18살이었던 그는 폭력의 역사에 미쳐버린 소녀 역을 맡아 소름 끼치는 열연을 펼쳤고, 영화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그땐 연기를 배운 적이 없어서 정말 미쳐있었어요. 감독님이 정말 무서웠는데, 첫 촬영을 마치고 '누가 저런 걸 뽑았냐'고 소리치고 욕을 해서 겁을 먹었던 기억이 나요. 그냥 정말 미친 여자처럼 굴었던 것 같아요."
영화 '꽃잎'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지만, 미성년자였던 그가 맡을 수 있는 배역은 한정적이었다. 많은 작품과 배역을 놓치고 시간을 보내던 그는 박찬욱 감독과 인연으로 다시 영화계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성인이 되면 다시 연기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가수 활동을 하며 이미지가 강했던 탓인지 공포 영화만 제안이 들어오더라고요. 그것도 귀신 역할! 해외에서 활동하면서 계속 한국 작품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는데 박찬욱 감독님께서 영화 '파란만장' 출연을 제안해주셨어요. 이후 그 작품을 보고 '범죄소년'이며 '명량' 등이 캐스팅되었던 거고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도 감독님이 아니었다면 미처 만나지 못했을 거예요. 정말 감사한 분이죠. 제가 영화를 다시 찍을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자신감을 찾아주신 분이에요. 사실 많이 포기하고 있었거든요."
영화 그리고 연기에 대한 이정현의 열정은 남달랐다. 박찬욱 감독의 도움 없인 영화계로 돌아오지 못했을 거라며 "다시 사랑하는 연기"를 할 수 있음에 그저 감사하다는 뜻을 비쳤다.
영화 '반도'는 영화와 연기를 사랑하는 이정현에게 더 많은 길을 내어줄 전망이다. 코로나 시국에도 흥행 가도를 달리며 매일 신기록을 깨고 있기 때문. 이정현에게 "흥행 공약"을 하나 부탁하자 그는 고민 끝에 "너무 앞서가는 것 같다"며 웃었다.
"공약을 고민해 봤었어요. 그런데 배우들끼리도 '너무 앞서가는 거 아니냐'면서 분위기가 좋아지면 다시 말을 맞춰보자고 했어요. 극장 분위기가 다시 좋아진다면 배우들끼리 '공약' 거리를 찾아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