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연간 4만 가구 부족...2만 가구 대안 될까
2020-07-21 08:13
서울 연간 신규주택공급물량 12만 가구 추정...실제 공급가구 8만가구에 불과
정부 소유 태릉부지에 2만가구 공급 가능...한해 서울 공급량에 절반 육박
"개별적, 산별적 공급책으로는 한계...재개발, 재건축 포함한 종합대책 마련해야"
정부 소유 태릉부지에 2만가구 공급 가능...한해 서울 공급량에 절반 육박
"개별적, 산별적 공급책으로는 한계...재개발, 재건축 포함한 종합대책 마련해야"
서울의 주택가격 안정을 위한 최소 신규 주택공급물량은 12만1000가구라는 분석이 나왔다. 반면 실제 공급이 이뤄진 물량은 8만3000가구로, 매년 3만8000가구의 공급이 부족했다는 얘기다. 최근 부동산 가격 폭등의 원인이 수년간 이어진 물량 부족 때문이라는 주장에 대한 수량적인 근거와 함께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통해 이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와 새로운 공급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20일 본지가 입수한 서울시의회의 '서울시 정비사업 출구전략의 한계 및 개선방안의 연구'에 따르면 서울시 인구는 2015년 990만명에서 2018년 967만명으로 줄어든 반면 가구수는 391만 가구에서 398만 가구로 늘어 한해 적정 신규주택공급량은 12만1000호로 추정된다. 이는 서울시 인구를 가구분화 및 평균가구원수, 주거형태별 거주유형, 신축대비 멸실주택수 등을 반영해 산출한 결과다.
반면 이 기간 서울에 실제 공급된 연평균 주택 공급량은 8만3000가구다. 매년 3만8000호의 주택공급이 부족했다는 의미다. 연구를 주도한 이창무 한양대학교 교수는 "서울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실제 주택준공물량보다 최소한 40~50%의 추가적인 주택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지나친 정비구역 해제와 과도한 규제강화 정책이 주택공급 부족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서울시 정비사업 출구전략에 따라 지난 2012~2018년 사이 393개(1424핵타르, 9만1589필지) 정비사업지구가 해제됐는데, 해제로 인한 미공급 물량(2014~2035년)은 약 25만 가구에 달한다.
연도별로 보면 2014년 4940가구, 2018년 1만1664가구, 2019년 5만261가구, 2020년 5만3847가구, 2021년 4만2970가구, 2022년 3만999가구, 2023년 3만4229가구, 2024년 1만944가구, 2025년 4255가구, 2035년 631가구 등으로 서울 주택가격이 폭등한 2018~2020년 사이에 집중됐다.
정비사업 구역 해제로 인한 미공급 물량이 증가하기 시작한 최근 3년간 서울 아파트 가격이 급등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5년간 주택 가격 상승세는 이어질 수 있다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이 교수는 "정비사업 출구전략이 무방비 상태로 진행되면서 아직 서울 대부분에 지역에서는 열악한 주거환경이 개선되지 않았고, 정비사업 해제지 가운데 사업성이 좋은 곳은 난개발이 이뤄졌다"면서 "주거정비차원 뿐 아니라 주택시장 안정과 임대주택 공급을 위해서 정비사업이 재추진 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때문에 이달 발표될 서울 주택공급대책에는 그린벨트 개발보다 서울의 낡고 노후화된 도심 재정비와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통한 도심 고밀개발 방안 등이 담길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이날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는 미래세대를 위해 해제하지 않고 계속 보존할 것"이라면서 "대신 국·공립 시설 부지 등 주택용지를 최대한 발굴하고, 국가 소유인 태릉 골프장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을 관계부처와 지자체가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조만간 열릴 국토교통부, 서울시, 경기도 등의 '주택공급 확대 태스크포스' 실무기획단 2차 회의에서도 국공립 시설 부지를 최대한 활용하고 수도권 고밀도 개발·유휴부지, 정비사업 등을 단계적으로 재추진 하는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현재 문 대통령이 언급한 태릉 외에도 성남 등에 미군이 반환한 군 체육시설 부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사관학교와 태릉 골프장 부지는 149만6979㎡ 규모로, 인근 태릉선수촌 터까지 합치면 250만㎡에 이르러 주택 2만채 이상 공급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해 서울 아파트 공급 물량(약 4만 가구)의 절반에 해당한다.
다만 이 같은 산발적 공급은 서울의 주택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상영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신도시가 서울의 주택공급 부족 문제 대안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교통이 조금 불편하더라도 사람들이 원하는 주택에 해당하는 조건(대규모, 신축, 아파트)을 충족시켜 줬기 때문"이라면서 "개별 부지별 접근은 한계가 명확한 만큼 도심 노후화 지역에 대한 재정비, 서울시 재건축, 장기미집행 시설, 공기업 이전으로 인한 서울시내 부지 등에 대한 종합개발계획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