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족' 21대 국회 연금개혁 일단 불발...22대 국회 원점 시작 우려
2024-05-07 18:20
與野, 보험료율 13% 합의...소득대체율 43% vs 45% 팽팽
단 2%가 부족해 여야가 21대 국회에서 연금개혁안 합의를 이루는 데 실패했다. 여야 연금특위가 보험료율 인상에는 합의했지만, 소득대체율에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다. 여야 지도부의 결단이 없다면 연금개혁 논의는 22대 국회에서 원점부터 재시작할 전망이다.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연금특위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기자회견에서 "유럽 출장 기간에도 여야가 서로의 주장만 하고 결론을 내지 못하면 출장 동기까지 오해받을 수 있다고 해서, 출장을 취소하고 21대 연금특위도 종료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연금특위가 구성된 이래 12차례 회의와 20차례 민간 자문 및 공론화 과정을 거치며 여야 쟁점이 많이 압축됐다"면서 "이를 가지고 영국과 스웨덴에 가서 연금제도를 들여다볼 뿐만 아니라 최종 의견을 하나로 해서 오자는 약속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늘 (여야 입장을) 확인한 결과 끝내 서로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합의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해당 논의를 토대로 22대 국회 때 합의를 봐서 조속한 연금개혁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주 위원장과 여야 간사인 유경준 국민의힘‧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민간 및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8일부터 5박 7일 일정으로 영국·스웨덴 등을 방문해 현지 연금 제도를 살펴보고 연금개혁 최종안을 결정할 예정이었다.
최근 연금특위 공론화위원회 시민대표단은 '더 내고 많이 받자'며 이른바 '소득보장안'(보험료율 9→13%로, 소득대체율 40→50% 인상)을 선택했고, 야당도 이를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여당에서는 재정부담을 이유로 '재정안정안'(보험료율을 9→12%로 올리되 소득대체율은 40% 유지)을 주장하는 상황이다.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보고한 재정추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소진 시점(현행 2055년)은 1안에선 6년 늘어난 2061년, 2안에선 7년 늘어난 2062년으로 계산됐다.
이에 연금특위는 양측의 주장을 절충한 복수의 대안을 마련했다. 특히 보험료율은 13%로 올리되 소득대체율은 45% 안팎으로 조정하는 방식으로 의견을 좁혔다. 그러나 민주당이 공론화위 결론에서 5% 삭감까지 양해했지만 국민의힘이 2% 추가 삭감을 요구하면서 일단 결렬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특위 논의 결렬이 연금개혁 최종 결렬은 아니라는 것이 정치권의 평가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등 여야 지도부에서 소득대체율에서 결단을 내릴 가능성은 남아있다. 이 경우 특위 재논의를 거쳐 28일 열리는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 처리가 가능해진다.
한편 국민연금연구원 유희원 연구위원의 '한국 노인의 노후 소득 부족분 현황-필요 노후 소득과 공적 연금소득 간 격차를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 특수직역연금 수급자가 국민연금 수급자보다 5배 이상 많은 연금액을 수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기준 각 공적연금 수급 노인의 월평균 수급액은 기초연금은 22만1000원이었고, 국민연금은 36만9000원에 불과했다. 반면 특수직역연금의 경우 203만원에 달했다. 이는 수급자의 평균 가입 기간과 가입 중에 낸 보험료, 지급률 등이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다만 국민연금 개혁과 함께 공적연금 간 격차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다. 이미 적립금이 바닥난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에 정부 재정이 투입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형평성 논란도 제기된다. '노인 빈곤 퇴치' 등 실질적인 복지 강화 차원에서 국민연금 역시 일정 수준 정부의 재정 보조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