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계좌 악용 보험 불법 모집 막는다…보험사 시스템 개발 다시 착수

2020-07-17 05:00
업계, 보험료 대납ㆍ가짜 계약 확인 전산시스템 개발 나서

금융실명법에 막혀 개발이 중단된 '가상계좌를 악용한 보험 불법 모집' 차단 시스템 개발이 다시 시작된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가상계좌를 이용한 보험료 대납이나 가짜 계약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1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은 보험사가 은행에 가상계좌의 실제 입금자 확인을 요청할 수 있다는 금융위원회의 법령해석문과 공문을 모든 보험사에 발송했다. 금감원은 공문을 통해 "가상계좌를 통한 불법 모집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금감원은 작년 말 보험사, 은행과 함께 가상계좌의 실제 보험료 입금자가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 개발을 추진했다. 하지만 금융실명법에 가로막혀 한동안 시스템 개발이 중단됐다.
 

[사진=금감원]


가상계좌를 통한 보험료 납입은 계약자가 부여받은 가상계좌에 돈을 입금하면 은행이 가상계좌에 있는 돈을 보험사 계좌로 넘겨주는 방식이다. 애초 금감원은 가상계좌에 돈이 들어왔을 때 실제 입금자가 누군지 확인하는 시스템 개발을 추진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가 "가상계좌는 계좌번호 형식의 전산 코드이고 예금원장에 입금이 기록되지 않아 금융거래로 볼 수 없어 가상계좌로 입금된 보험료는 금융실명법상 금융거래정보 제공이 불가능하다"는 법령 해석을 내리면서 시스템 개발이 멈췄다.

금감원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상계좌 단계가 아닌, 보험사 계좌에 입금이 됐을 때 실제 입금자를 확인하는 방식을 택했다. 금융실명법에 따르면 금융회사 등에 종사하는 자는 명의인의 서면상 요구나 동의를 받아 그 금융거래 내용에 대한 정보 또는 자료를 타인에게 제공할 수 있다.

금감원이 실명 확인 프로세스에 대한 방향을 잡으면서 시스템 개발에 다시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애초 금감원은 올해 상반기 전산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었지만 지금부터 다시 시스템 개발을 시작하면 내년에 본격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시스템이 구축되면 보험대리점이나 보험설계사가 가상계좌를 통해 보험료를 대신 내주는 불법행위와 설계사가 수수료를 받기 위해 가짜 계약을 체결하고 가상계좌로 입금하는 부당 모집행위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에 따르면 10개 손보사 기준 2017년 4074만건이던 가상계좌 보험료 납부는 2018년 4296만건으로 늘었고, 2019년 상반기엔 이미 전년의 절반을 웃도는 2189만건을 넘어섰다. 금감원은 가상계좌 보험료 납부가 늘어나면서 이를 악용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은 작년 부문 검사에서 한 보험사 소속 설계사들이 가상계좌를 이용해 보험료 10억원(842건)을 대납한 사실을 적발하기도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조만간 보험사와 은행이 시스템 개발을 위한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며 "시스템이 개발되면 모집조직이 가상계좌를 부당 모집행위에 이용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허위계약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모집 수수료 누수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아주경제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