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복날'엔 왜 하필 개를 잡아먹었을까?
2020-07-16 10:00
`상고하면《사기(史記)》에 이르기를 진덕공(秦德公) 2년에 처음으로 삼복제사를 지냈는데, 성 4대문 안에서는 개를 잡아 충재(蟲災)를 방지했다고 하였다.` 《동국 세시기》
'삼복'은 원래 중국의 속절로 진(秦)·한(漢) 이래 매우 숭상된 듯 하다. 조선 후기에 간행된《동국 세시기》의 기록에 의하면 삼복은 중국에서 유래된 것으로, 무더위 속에서 '열독(熱毒)'을 다스릴 목적으로 개를 잡아먹는 풍습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해마다 다른 복날, 어떻게 정해지나?
흔히 '삼복'을 24절기로 착각하기 쉽지만, 상술한 바와 같이 이날은 24절기에 포함되지 않은 '속절'(혹은 잡절)이다. 보통 하지로부터 세 번째 '경일(천간 중 하나인 庚이 포함된 날)'을 초복(初伏), 네 번째 경일을 중복(中伏), 입추 후 첫째 경일을 말복(末伏)이라 한다. 이를 삼복(三伏), 복날(伏-)이라 부르며, 혹은 삼경일(三庚日)이라고도 부른다.
'보신'의 한자를 풀이하자면, '보'는 부족한 것을 채운다는 뜻이며 '신'은 콩팥을 뜻하는 말이다. 즉 신장을 도운다는 말인데 신장은 우리의 몸의 혈맥을 다스릴 뿐만 아니라 성기능을 담당하는 중요한 장기이다. 경원대 한의대학장 이영종 교수에 의하면 "여름은 불이다. 게다가 더위의 절정인 복날은 경일로서 오행 상 불(火)의 기운이 왕성해 쇠(金)를 녹이는 날이므로 쇠를 보충하기 위해서 개를 먹어야 한다. 개에게는 쇠의 기운이 있는 까닭이다." 라고 했다.
근래 들어 반려동물에 대한 의식의 변화로 개를 도축하는 행위는 '공공연한 금기'처럼 치부되고 있다. 대신 삼계탕이 복날의 대표 보양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또 삼계탕 외에도 육개장, 장어, 민어, 추어탕, 전복죽 등의 각종 보양식을 먹기도 한다.
한편 복날은 특히 장마가 지난 후 습도가 높아 AI, 구제역 바이러스로부터 가장 자유로운 시기라 고기값이 가장 낮다고 한다. 더위를 쫓고 원기를 보충하는 수단이 이처럼 많은 시대인데 굳이 개를 먹겠다는 구습(舊習: 옛 풍습)에 얽매일 이유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