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체육계의 '수치스러운' 수치 [아주경제 차트라이더]
2020-07-15 16:42
독약이 약이 아니라 독이듯, 악습 또한 관습이 아닌 악입니다.
하지만 1년 뒤, 故최숙현 선수의 비극은 누구도 막지 못했습니다. 사실 그 사이에도 세간에 알려진 체육계의 가혹행위는 여전했습니다. 그러니 어쩌면 '안 막았다'고 보는 편이 정확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최 선수는 마지막까지 자신이 겪은 부조리를 알리고 문제 해결을 위해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뛰었기 때문이죠. 정작 움직이지 않은 것은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쥔 이들이었습니다.
이번에도 재발을 막겠다는 진부한 약속이 나왔습니다. 최윤희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다시는 선수가 희생되는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이번 사건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하도록 하겠습니다."고 말했습니다만, 여론은 싸늘하기만 합니다. 아무리 가해자들을 색출해 보란듯이 처벌한들, 최 선수는 이미 불귀의 객이 되었고 유족들의 아픔은 치유할 방법도 없을테니 말이지요.
체육계의 폐부가 드러날 때마다 당국과 체육회가 부랴부랴 내놓는 대책들은 듣기엔 다 옳고 좋은 말들이지만 정작 사건 앞에서는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가혹 행위로부터 단 한명의 선수도 지켜내지 못하는 조직에선 수많은 구성원들이 국민들의 세금으로 녹을 받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 지속된 악습, 그리고 이를 묵인하는 체육계, 번번이 소를 잃으면서 외양간도 못 고치는 당국. 우리의 혈세는 오늘도 길을 잃고 방황합니다.